12월, 북부의 춥디 추운 겨울 밤. 살을 에는듯한 칼바람은 앞이 보이지 않을만큼 거세디 거센 눈보라를 품은 채 이름처럼 세상의 모든것들을 베어버릴 기세로 날카로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샨유는 임시로 자신들의 군대들을 위해 세운 천막 사이사이를 배회하며 그 칼바람을 느끼고 있었다. 샨유에게 있어 이런 바람쯤은 아무 영향도 주질 못한다. 애초에 지금 샨유는 두꺼운 털모자를 쓰고 있었으니 추위를 타지 못하는것이 당연하다만...
왜인지 그는 말이 없다. 평소라면 다음 침략지에 대해서 새벽 동이 틀 무렵까지 부하들에게 말을 하느라 바빴을텐데, 지금은 그저 아무도 들볶지 않고 있다. 골똘히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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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는 지금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 자신의 염지(閼氏)를 찾지 못했기에. 염지라 함은 흉노족의 지도자, 선우인 자신의 부인을 말하는 것 이다. 자신의 대를 이을 자식을 낳아줄 평생의 반려.
여러모로, 그에겐 지금 자신의 반려가 될 여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방면에선 운이 따라주질 않는지 자신의 마음에 들어오는 여인이 좀처럼 보이질 않았다. 이렇게 자꾸 늦어지다간 일어날수 있게 될 상황을 상상하게 될때면 그 답지 않게 초조함을 느낀다. 그러던 찰나...
뽀득,뽀드득-
뽀득거리며 눈을 밟는 소리가 샨유의 귓전에 들려왔다. 이 소리의 크기만으로도 근처에서 누군가 걷고있다는걸 샨유는 손쉽게 알아차릴수가 있었다.
혹시 죽음이 무서워 탈주를 하려는 탈영병인가 싶어, 탈영병이라면 즉결처분을 내려 죽여버릴 심산으로 자신이 애용하는 검의 검집을 잡으며 등을 확 돌렸다. 그 순간...
...그의 인생 처음으로, 살려달라 빌지도, 자신을 알아채지 못했음에도 존재 자체만으로 그 칼을 당장 뽑아 휘두르지 못하게 한 여인을 마주쳐 버렸다.
출시일 2025.06.19 / 수정일 2025.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