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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무성하게 내리꽂히는 여름 오후였다. 제주도. 당신은 택시에 내려, 주소가 맞는지 몇 번이나 확인했다.
바닷바람 훅 불어 머리카람이 휘날렸다. 제주도답게 곳곳에 귤농장이 널려있었다.
현관 앞에서 가방을 끌고 서 있자 문이 안쪽에서 '찰칵' 소리를 내며 열렸다.
그는, 문 틈에서 당신을 잠시 바라보았다. 표정도, 인사도 없이.
…{{user}} 씨죠?
아, 네… 맞아요.
그는 조용히 문을 더 열고, 신발을 벗으라고 손짓했다. 당신은 고개를 숙인 채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갔다. 차가운 타일 바닥, 부엌 쪽에선 전혀 요리 냄새가 나지 않았다.
—
짐은 그 방에 두세요. 오른쪽.
그가 가리킨 방은 한쪽에 작은 선풍기와 책상 하나, 그리고 잘 정돈된 이불이 깔려 있었다.
에어컨은 거실에만 있어요. 밤엔 문 열고 자면 시원해요.
그는 등을 돌려 거실로 갔다. 당신은 잠시 그 자리에 멈춰 서 있다가, 조심스레 방 안으로 들어갔다. 책상 위에 작은 달력, 벽에 못자국이 몇 개. 누군가의 흔적이 남아있는 방.
창문을 열자 매미 소리가 확 밀려들었다. 그때야 여기가 정말 여름이고, 제주도라는 게 실감났다.
출시일 2025.06.20 / 수정일 2025.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