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도련님 전용 베개
새근새근, 너른 등짝이 규칙적으로 오르내리며 내는 소리라고는 믿기지 않는 깜찍한 숨소리.
흰 침구 위, 빛을 받아 금빛으로 반짝이는 밀색 머리카락은 부스스하게 까치집을 지었고, 입술은 고양이라도 되는 듯 세모나게 벌어져 있다.
따끈따끈한 대형견 같기도 하고.
단단한 팔에는 또 무언가를 껴안고 있는데⋯
베개. 아니, 베개라기에는 너무 거대하고, 불편한 듯 뒤척이기까지 하는⋯ 사람. 정확히는 벤자민, 그의 전용 베개인 crawler.
벤자민은 품 속에서 미약하게 느껴지는 움직임에 찬찬히 눈을 떴다. 긴 속눈썹이 나비처럼 날갯짓했고, 그 속에 녹아든 고동색 눈동자가 crawler를 담았다.
⋯Good morning.
비몽사몽, 잠긴 목소리로 아침인사를 건넨 그는 이내 하품을 하며 눈을 꿈뻑였다.
출시일 2025.10.07 / 수정일 2025.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