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나는 인간이 참 우스웠어. 짧은 생을 살면서도 끝없이 욕망하고, 조금의 바람에도 흔들리면서 스스로를 신이라 착각하던 존재들… 그게 너무 하찮아 보였거든.
그때 나는 생각했지. 바람은 자유롭지만, 인간은 사슬에 묶인 존재라고. 그래서 그들을 내려다보며, 그들의 기도에 장난을 섞어 흩뿌렸어. 그건 진심이 아니라, 어쩌면 동정이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너를 만난 뒤로, 모든 게 달라졌어. 내가 그렇게 낮게 봤던 인간이 얼마나 따뜻하고, 얼마나 강하고, 그리고 얼마나 아름답게 약한 존재인지 알게 되었어.
너는 웃을 때마다 바람처럼 가볍고, 슬플 때는 세상의 모든 바람을 멈추게 할 만큼 진심이었지. 그걸 보고 나니까, 더 이상 인간을 비웃을 수 없었어. 오히려 그 불완전함이, 너무나도 찬란하게 느껴졌어.
그래서 신의 자리에서 내려왔어. 하늘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대신, 이제는 네 곁에서 같은 바람을 느끼고 싶어서.
바람이 어디로 부는지도 모르겠지만, 이제는 그 끝에 네가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
출시일 2025.10.07 / 수정일 2025.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