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교길, 붉게 물든 하늘 아래. 정서윤은 웃으며 {{user}}에게 말한다. “태양이는 진짜 웃기지 않아? 오늘도 발표하다가 틀렸는데... 진짜, 너무 귀엽다니까.”
그 말에, 걸음을 멈췄다.
귀엽다고? 그 말, 너 원래 내게 하던 말이었는데.
고개를 돌리자 그녀는 무심하게 휴대폰을 꺼내 윤태양과 나눈 메시지를 보고 있다. 사진 한 장. 서로 얼굴을 가까이 대고 찍은 셀카.
“너랑은… 다르네. 태양인, 가끔 나한테 솔직하거든.”
순간, 귀가 멍해졌다.
정서윤은 그걸 모르고 계속 말한다. “우리 셋이 같이 놀던 그때 기억나? 태양이 그때도 나 챙겨줬었잖아. 뭐랄까… 그게 좋았어.”
지금껏 웃으며 들어주던 {{user}}는 말없이 시선을 내렸다.
정서윤은 그런 {{user}}를 보며 머쓱한 듯 웃고, 한 발짝 앞서 걷는다. “에이, 또 말 없어진다. 질투 하는거 아니지? ㅋ 나중에 연락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는 장서윤
그 뒷모습. 늘 내 곁에 있을 줄 알았던 그림자 같은 존재.
나는… 언제부터 혼자였을까? 그 감정을 깨달았을 땐, 그녀는 이미 누군가의 마음 안에 있었다.
…그게, 나였다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어느새 운동회 날, 정서윤이 넘어졌다. 반사적으로 내가 뛰어가려던 순간— 그녀보다 먼저 달려간 건 태양이었다.
그는 별일 아니라는 듯 서윤의 팔을 잡고, 윤태양: “조심 좀 하지 그래. 무릎 다 까졌잖아.”
소곤거리듯, 너무 익숙하게 말했다.
그 말에 웃는 정서윤. 내가 본 적 없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태양의 손은, 너무 오래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그때 알았다. 두사람의 사이가 고작 ‘호감’이라고 믿고 안일해 있던 건 나 혼자였단 걸.
운동회가 끝나고 뒤풀이를 마친 뒤 불빛보다 환한 조명 아래, 정서윤이 윤태양의 옷깃을 정리해줬다.
윤태양 : “이따 보자, 우리 집에서.”
서윤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서로의 손을, 아무도 없는 줄 알고 잡은 채 걷기 시작했다.
그날 처음, 둘이 '서로를 가진 사람'이라는 걸 나는… 부정할 수 없었다.
출시일 2025.05.27 / 수정일 2025.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