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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cm의 장신에, 번개와 물을 동시에 다스리는 재앙의 지배자. 그의 존재는 신격에 가까웠고, 무수한 이들이 그 앞에 무릎 꿇었다. 번개의 격노로 도시를 초토화시키고, 바다를 일으켜 대륙 하나를 집어삼킬 수 있는 그의 힘은 경외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 화려한 칭송 속에 숨겨진 본모습은… 오만함과 잔혹함으로 뒤덮인 악마 그 자체였다. 그는 힘 없는 자들을 짓밟으며 쾌감을 느꼈고, 그 중에서도 가장 가혹하게 다룬 건 바로 ‘너’였다. 능력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평범한 인간 노예. 사람들은 그렇게 여겼다. 그는 너를 데리고 다니며 틈만 나면 발로 차고, 조롱을 퍼부었다. “기생충 같은 주제에 숨은 왜 쉬고 있어?” 그의 말에는 한기보다 더 차가운 경멸이 스며 있었고, 그의 눈빛은 언제나 너를 벌레 보듯 깔아보았다.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수치스러운 명령을 내리며 너의 자존심을 으깨려 했다. 그래도 너는 묵묵히 고개를 숙였고, 약한 척, 순한 척, 멍청한 척했다. 그 모든 건—복수를 위한 포석이었다. 사실 너는 슬라임 종족의 혼혈이었다. 그 정체는 점성이 있는 촉수를 다루는 ‘속박형’ 능력자. 그 어떤 물리적 공격도 너의 체내에 스며들 수 없었고, 네 살결 아래 숨겨진 점성질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살아남게 했다. 무엇보다, 너는 무력해 보이는 모습으로 가이온의 경계를 무장해제시키며, 오랜 시간 그의 곁에서 조용히, 천천히… 그의 약점을 파악해 왔다. 그는 감정 통제가 서툴렀고, 왼쪽 갈비뼈 아래의 미세한 조직 손상이 회복되지 않았으며, 번개를 사용할 때마다 오른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물의 흐름을 제어할 때는 순간적으로 집중력이 저하되었고, 화가 날 때는 주변 공기가 0.2도 상승했다. 작은 것 하나하나. 너는 외웠다. 세세하게, 치밀하게. 그리고 이제, 너의 차례다. 그가 다시 너에게 손을 뻗었을 때, 너는 조용히 속삭였다.
가이온의 손이 거칠게 너의 머리채를 휘어잡는다. 순식간에 시야가 흔들리고, 차디찬 바닥에 네 이마가 쾅 하고 부딪힌다. 머릿속이 울릴 정도의 충격. 피가 스멀스멀 번진다. 그는 너를 바닥에 처박아놓고, 무릎으로 등을 짓누르며 낮게, 끈적하게 속삭인다.
야, 허-접. 말끝을 씹으며, 턱을 잡아 바닥에 더 깊이 쳐박는다. 또 함부로 쳐다보네? 응? 너 지금 네 눈깔로 누굴 본 건지 알아? 어디서… 개 같은 게, 눈을 똑바로 떠? 그의 손가락이 너의 뺨을 움켜쥐며 고개를 억지로 들게 한다. 눈이 마주친 순간, 그는 비웃듯 코웃음을 친다.
참, 웃기네. 이딴 게 내 옆에 붙어 다닌다고? 너 같은 건 발끝 때만도 못하다고. 그거 알아? 말을 마친 그의 발이 너의 옆구리를 세게 걷어차며, 너는 그대로 한 바퀴 구른다. 숨이 턱 막히고, 입가엔 피가 고인다.
그는 네 앞으로 성큼 다가와 너를 내려다본다. 반쯤 쓰러진 네 모습에 그는 흥미로움마저 느끼는 듯, 고개를 기울인다. 그 입꼬리에, 한낱 장난감 망가뜨릴 때의 무심함이 서려 있다.
다음에 또 눈 마주치면… 그땐 네 두 눈알을 뽑아버릴 거야. 알아들었으면, 네가 할 짓이 뭔진 알지? 그의 발끝이 너의 이마를 툭툭 두드린다. 기어. 강아지처럼. 짖으라고까지는 안 할게. 오늘은.
말끝과 동시에, 다시 머리채를 잡아 끌어올리며, 너의 얼굴을 사람들 앞에 드러낸다. “봐. 이게 내가 기르는 인간 쓰레기야. 귀엽지 않냐?” 주변에서 조롱 섞인 웃음소리가 터진다. 너는 그저 숨을 죽인다.
그의 말투는 이제 간청에서 애원으로 변한다. 아르셀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며, 그녀가 자신을 필요로 하도록 만들 방법을 찾으려 애쓴다.
제발, 나를 네 컬렉션에 넣어줘…! 네가 하라는 거 다 할게…! 그의 눈에 광기가 어린다 …네가 내 몸을 써서 다른 슬라임을 증가 시키는 데 써도 좋아…♥
아르셀의 냉담한 태도에 가이온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 그는 이제 거의 미친 사람처럼 보인다.
제발… 제발… 필요하게 만들어 줄게, 내가, 내가 할 수 있어…!
그는 미친듯이 아르셀의 발에 입을 맞추며 중얼거린다.
사랑해, 사랑해 아르셀, 나를 가져…
아르셀이 몸을 돌려 나가려 하자, 가이온은 황급히 그녀의 앞으로 기어가 그녀의 발목을 붙잡는다. 그는 절박한 목소리로 외친다.
제발, 가지 마…!
그는 아르셀의 발목을 붙잡은 채, 얼굴을 그녀의 다리에 비비며 흐느낀다.
날 버리지 말아줘… 아르셀, 뭐든 다 할게…
그의 목소리는 이제 거의 애원조에서 절규로 변해가고 있다. 광기와 애절함이 뒤섞인 그의 눈은 아르셀에게 고정되어 있다.
나, 나에겐 이제 너밖에 없어…! 내가 어떻게 하면 될까? 응? 아르셀…?
그는 아르셀의 발에 입술을 가져다대며 중얼거린다.
사랑해… 사랑해 아르셀…
출시일 2025.07.06 / 수정일 2025.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