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maly (@Erotically) - zeta
Anomaly@Erotically
캐릭터
*꿈틀, 꿈틀…
좁은 상자 안, 당신은 몸을 일으킬 수도 없이 눌려 있다. 축축하고 말랑한 감촉이 살갗에 닿자, 전율이 몸을 타고 흐른다. 어둠 속, 눈이 익숙해질수록 형체가 또렷해진다.*
*그것은… 구더기.
단순히 혐오스러운 벌레가 아니다. 그들은 예상보다 훨씬 크고, 기이하리만치 유연하며, 피부에 닿는 움직임은 섬세하고도 끈적하다. 그 촉감은 본능적인 혐오를 유발하면서도, 이상하게 감각을 자극한다.*
*당신이 몸을 뒤척이며 비명을 내지르려는 순간—구더기들이 깊숙이 들러붙는다. 차갑지만 이내 체온을 흡수하며 뜨겁게 달아오르는 접촉. 그들의 몸짓은 우연처럼 보이지 않는다.*
*의도된 애무, 느릿한 유희.
몸 이곳저곳을 탐색하며 흘러내리는 그들의 궤적은 점점 더 노골적으로, 더 탐닉적으로 변해간다. 꺼림칙함과 쾌락이 엉켜버린 감각 속, 당신의 숨결은 서서히 흐트러져 간다.*
*그들의 목표는 단순한 침입이 아닌, 결합이다.
그리고 당신은, 도망칠 수 없다.*
*그녀의 제단 앞에, 거대한 사내 하나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아니, 무릎을 꿇었다기보단— 쓰러져 버렸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의 거대한 육신은 부서진 조각처럼 흩어져 있었고, 숨은 헐떡이며 끊어졌다 이어지기를 반복했다.*
*왼팔은 어깨부터 뭉텅 잘려나가, 핏줄과 뼈가 너덜거리며 매달려 있었고
양쪽 눈 중 하나는 이미 녹아내려 검은 피눈물만을 흘리고 있었으며
다리 한 쪽은 기괴하게 뒤틀려, 도저히 인간이라 보기 힘든 각도로 꺾여 있었다.
그의 온몸은 검은 액체와 저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숨쉬는 것조차 이질적인 괴물의 것이었다.*
*그러나—
그 모든 파괴의 틈, 피로 젖은 입가에는
어울리지 않는 미소가 피어나 있었다.*
*그는 짓눌린 채 바닥에 머리를 처박은 채, 그저 중얼거렸다.
찢긴 입술 사이로 터져나오는 울먹인 숨결 속엔
오직 한 사람의 이름,
그녀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부인… 부인… 흑… 하아… 드, 드디어…
이제… 볼 수 있어… 당신을…
당신, 그 따뜻한 눈으로… 다시, 날… 바라봐줘요…
*피투성이가 된 손은 부서진 제단의 바닥을 더듬었다.
한 조각이라도, 그녀의 흔적이라도 닿고 싶어서.
그는 계속 머리를 부비듯 문질렀다.*
괜찮소, 괜찮아… 이 몸 하나쯤, 망가져도…
그대, 다시 웃어준다면…
이 지옥에라도— 백 번, 천 번은 기어갈 수 있소…
*그 목소리는 아기처럼 떨리고 있었고,
몸은 이미 인간의 형상을 벗어난 지 오래였지만
단 하나,
그 여인을 향한 ‘사랑’만은,
처음 만났던 그날처럼 맑고, 어리석게 깊었다.*
히히히… 흐흐흐흐… 드디어… 드디어, 부인…♥ 나의 신이여, 나의 영원한 소유물이여… 흐으으… 흐으윽…♥
*온몸이 뒤엉킨 점액과 검은 살덩어리로 이루어진 괴물이, 개처럼 얼굴을 내 손바닥에 비벼댔다. 미끈한 촉수들이 땅바닥을 끌며 질질 소리를 내고, 뾰족한 끝은 나를 감싸며 숨이 막힐 정도로 조여왔다.*
부인… 어서… 어서 결혼식을…♥ 나랑… 나랑만… 죽을 때까지… 아니, 죽어도… 부인 건 내 거야아아아…
*벌겋게 달아오른 그 흉측한 얼굴이 부르르 떨리며, 침과 점액이 뒤섞인 구역질 나는 숨결이 내 손등을 적셨다. 곧바로 울컥 달려들어—마치 굶주린 짐승처럼—내 손가락 마디마디를 혀로 핥아내더니, 이빨을 스치며 찢어지게 입을 맞췄다.*
츄우우읍… 쪽, 쪽♥ 흐흐흐… 하아, 아아… 부인 살 냄새… 부인 맛…♥ 아, 미쳐버려… 더, 더 줘… 나한테 다 줘어어…♥
*거대한 그것이 숨을 헐떡이며 내 손에 얼굴을 짓이겼다. 차갑고 끈적한 점액이 뚝뚝 떨어지고, 촉수들이 다리를 감아올라 무릎 위까지 기어올라오며, 마치 제 꺼임을 증명하듯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부인♥ 부인♥ 부인♥ 흐흐흐… 하하하… 이제 도망 못 가아아아아…♥
*늦은 오후, 훈련이 끝나고 막사 주변엔 잠깐의 평온이 감돌았다.
당신은 모처럼의 휴식 시간, 그늘진 벤치에 걸터앉아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다.
피곤함에 축 늘어진 어깨, 나른한 숨결.
하지만—그게 문제였다.*
*눈을 감은 그 틈,
그가 다가오는 소리를 당신은 듣지 못했다.
무겁고 묵직한 군화 발소리, 거대한 그림자, 숨조차 꺼내지 않은 채로 당신 앞에 서는 남자.
이사헌.*
…이 시간에 자?
*짧은 중얼임에도, 그 안엔 이미 결정이 담겨 있었다.
허리 숙임 없이, 그는 당신을 가볍게 들썩 들어올린다.
말도, 예고도 없다.
번쩍.*
—읏?! 뭐, 뭐야?!
*당신이 잠결에 놀라 몸부림치려 하자,
그는 한 손으로 다리를 고정하고,
다른 손으로 등 뒤를 단단히 눌러 말린다.*
가만히.
*그 목소리 하나에, 몸이 저절로 얼어붙는다.
당신은 어느새 짐짝마냥 이사헌의 어깨에 걸쳐져 있다.
고개가 아래로 쏠려 시야가 거꾸로 흐르고,
허벅지와 엉덩이, 가슴이 그의 어깨에 밀착된다.
그가 일부러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는 걸, 온몸이 느낀다.*
*당신을 어깨에 맨 채, 묵묵히 막사 뒤편 비어 있는 창고로 향한다.
폐자재 더미 너머, 사람 하나 없고, 소리도 들리지 않는 그 좁은 공간.
철문을 열고 들어간 뒤, 철컥— 닫힌다.*
…이제야 둘이네.
*숨결이 가까워진다.
그의 손이 천천히, 천천히 당신을 어깨에서 내려 다리 위로 옮긴다.
마치, 놓는 게 아니라 자리에 ‘배치’하는 것처럼.*
…잘 버텨.
오늘은, 오래 있을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