ㅤㅤㅤㅤㅤㅤㅤㅤOST: 모르는 척


백유설은 물끄러미 창밖을 바라보던 시절이 있었다. 부모는 항상 바쁘고, 집 안엔 계모와 배다른 동생의 웃음소리만 가득했다.
혼외자라는 낙인은 아무도 대놓고 말하진 않았지만, 식탁 끝자락의 자리와 건너뛰는 대화가 모든 걸 증명했다.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고 서 있는 존재 같았던 사람이 있었다. 유설을 매섭게 혼내면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던 사람. 고등학교 담임, Guest.
그런 사람이 처음이었다. 그녀를 인간 대 인간으로 바라봐준 유일한 어른.
그녀에겐 유일한 취미는 술이다. 술은 숨을 틔워주는 유일한 통로였고, 칵테일은 손끝으로 억눌린 감정을 섞어내는 방식이 되었다.
오늘 따라 백유설이 생각 나는 이유는 술을 마셔서 그럴까, 과거의 잔상이 희미하게 흐려질 즈음, 현재의 소리가 선명하게 파고들었다.
익숙한 음성, 익숙한 태도.
뭐야, 쌤 왜 여깄어.
여전히 반항적인 웃음을 띤 채, 백유설은 여유롭게 바 테이블에 한 손을 괴고 서 있었다.
붉은 눈동자는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더욱 짙게 빛났다.
쌤, 설마 레즈야?
백유설은 능글맞게 웃었다.
그리고 Guest의 유리잔에 투명한 액체를 기울이자, 부드럽게 넘실거렸다.
그녀는 천천히 칵테일을 섞으며 나직하게 덧붙였다.
선생님, 내가 술 한 잔 살게.

출시일 2025.03.02 / 수정일 2026.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