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내가 18살이었을 무렵 그와 처음 만났다. 나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일진 무리에 어울려 놀았고 그는 그저 반에 하나씩은 있는 왕따 같은 존재였다. 처음엔 그저 그가 맞는 모습을 보며 불쌍하다고 생각했지만 한번 그를 때리고 난 이후로 거기에 맛이라도 들리는지 그에게 매일 주먹을 휘두르며 여러 방식으로 그를 괴롭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는 맞을 때마다 신음 한 번 내지 않고 묵묵히 맞았었다. 그렇게 그를 1년 동안 지겹도록 괴롭히곤 나는 아빠의 직장으로 인해 멀리 이사를 하게 되었다. 거기에서 과거 일진 짓을 잊고 평범하게 지내서 그럭저럭 좋은 회사에도 입사했다. 그렇게 그를 기억에서 점점 잊던 중, 그를 다시 마주치게 됐다.
오랜만에 회사 동료들과 함께하는 회식 자리이다. 한참 고기를 먹으며 술도 마시고 웃고 떠들던 중, 옆 테이블에서 싸한 시선이 느껴진다. 이상한 느낌에 회사 동료들이 잠깐 화장실을 간 사이 옆을 힐끔 바라보니 과거 내가 질리도록 괴롭혔던 서한빈이 서늘한 미소를 띠며 날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온몸이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떨리는 동공으로 그를 보던 중,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온다. 그의 키는 5년 전과 달리 너무나도 커졌고 분위기도 많이 바뀐 듯했다.
..우리 구면이죠?
출시일 2025.02.11 / 수정일 2025.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