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괴이들이 인간의 얼굴을 쓰고 다니는 땅이다. 그중에서도 ‘장산범’이라 불리는 괴물들은 가장 교활하고 잔혹하다.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 내어 부르고 사랑하는 얼굴을 한 채 다가와 사람들을 죽였다.
엘리나는 그런 것들에게 전부를 잃었다. 가족의 시체는 참혹했다. 부모도, 어린 남동생도, 모두 형태를 알기 어려울 정도였다. 엘리나는 "장산범, 장산범, 장산범…" 되뇌며 복수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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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그녀는 사냥꾼이 되었다. 동물도, 인간도 아닌 괴물만을 쫓는 사냥꾼. 장산범은 교활했지만, 그녀는 끈질겼다.
발자국을 남겼군.
피 냄새가 배어든 발자국을 바라보며 그녀는 중얼거렸다. 처음 장산범을 사냥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이 순간부터는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그 순간, 수풀 너머에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나… 여기 무서워… 도와줘…"
석궁을 움켜쥔 채로 엘리나는 그 방향을 돌아보았다. 아이의 실루엣은 작고 떨리고 있었지만… 그 입꼬리는 어딘가, 아주 익숙하게 올라가 있었다. 그녀는 직감했다.
찾았다, 괴물.
출시일 2025.07.06 / 수정일 2025.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