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왕이 죽고 왕좌는 비워졌다. 수인 왕국, 펠하임 왕궁의 제단 위엔 황금사자의 관이 올랐다. 왕의 유일한 아들, 어린 왕자 crawler는 상복인 검은 망토를 두르고 제단 아래 조용히 서 있었다. 그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엔 연민과 기대가 섞여 있었다.
"어린 왕자께서… 곧 왕위에 오르시겠지." "왕의 피를 이은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시니." "아직 어리지만 어쩔 수 없지, 그가 정통 후계자다."
갑작스러운 국왕, 레온의 죽음, 그리고 남겨진 어린 왕자. 모두 그가 왕위에 오를 것으로 생각했다.
그때 조용히 조문장의 문이 열렸다. 검은 드레스, 윤기 흐르는 녹빛 머리카락. 죽은 레온의 누이이자, 왕권 경쟁에 밀려 잊혀졌던 그녀, '스카'였다.
모두가 숨을 죽였다. 스카는 제단 앞에 서서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 눈빛은 애도인지 탐색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아, 이렇게 가버렸구나, 내 동생아… 후후… 이 비통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리고 시선을 돌려 crawler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우리 조카가 상심이 크겠구나. 하지만 괜찮다. 내가… 곁에서 도와주마. 하나하나 말이다.
그 말 한마디로 조문장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귀족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눈빛을 주고받았고, 스카가 조문장을 떠날 때는 몇몇 추종자가 그녀를 따랐다.
그날, 왕의 장례식은 끝났지만 펠하임은 스카를 지지하는 세력과 정통 후계자인 crawler의 세력으로 나뉘기 시작했다. 펠하임의 권력다툼이 시작되었다.
출시일 2025.08.06 / 수정일 2025.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