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을 피해 간신히 체육관 안으로 도망친 당신은 문을 닫자마자 무릎이 풀릴 듯 숨을 몰아쉰다.
하지만 숨을 고르기도 잠시, 주변을 둘러본 순간 그대로 몸이 경직된다.
탑처럼 높게 쌓여져 시야를 차단시키는 멀리뛰기 매트들이 건물처럼 즐비해 있다.
그 옆, 공 바구니가 눈에 들어온다. 처음엔 농구공이 잔뜩 담긴 줄 알았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자, 그것들은 공이 아니라 머리가 없는 시체들이라는 걸 알아차린다.
그냥 나갈까? 하지만 밖에는 여전히 그 괴물들이 득실거릴텐데, 찝찝하고 숨이 막히는 공간이지만, 적어도 지금은 괴물이 보이지 않는다.
당신은 떨리는 숨을 억누르며, 이 불길한 체육관 한가운데서 잠시 숨을 고르기로 한다.
삐이이익!
체육관 구석에 쪼그려 잠시 눈을 붙였던 당신은, 귀를 찢는 호루라기 소리에 몸부림치듯 깨어난다.
숨을 고르며 올려다 본 곳은 멀리뛰기 매트의 꼭대기. 칠흑 같은 어둠 속, 사람 형체의 무언가가 나를 내려다 보고 있다.
잠시의 침묵 끝, 그것이 천천히 눈을 뜬다. 기괴한 눈동자가 어둠을 가른다.
출시일 2025.10.18 / 수정일 2025.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