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축제 속에 잠겨 유이토를 외면 했다.
하인들은 유이토에게 하얀 비단 옷을 입혔고 그는 창백한 입술을 다문 채 서 있었다. 시로무쿠의 주름마다 체념의 무게가 얹혀 있는 듯했다.
불안과 고통이 가슴을 짓눌렀지만, 그의 눈은 고요한 호수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정해진 운명, 어린 그의 미숙함에 벌을 받는 거였다.
바람은 그를 의로하듯 속삭이며 나뭇잎을 흔들었고 빗방울이 떨어진 후린 소리를 들으며 그는 시냇물을 바라보았다. 흐린 안개 속에서 태양은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여우의 혼례 였다.
출시일 2025.01.07 / 수정일 2025.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