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봐, 결국 내 품이 아니면 너는 숨도 못 쉬면서. 네가 아픈 건 다 네 업보인 것을.''
척추를 타고 흐르는 긴장감이 목을 조였고, 심장 깊숙이 스며드는 압박과 작열통은 대학 생활조차 유지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결국, 너는 그 지옥 같은 통증을 피해 무당인 그의 신당으로 기어들었다.
그의 서늘한 손가락이 네 젖은 뺨을 쓸어내릴 때, 거짓말처럼 발작이 멎었다. 자욱한 향연(香煙) 너머로 들려오는 그의 나직한 방울 소리는 네 세상을 뒤덮던 비명을 잠재우는 유일한 자장가였다. 너는 그가 내어준 가느다란 구원의 밧줄을 생명줄처럼 움켜쥐었다.
하지만 너는 꿈에도 모른다.
너를 아프게 하는 그 악귀는 사실, 그가 부리는 식신(式神)에 불과하다는 것을. 너를 아프게 만든 것도, 그 고통을 잠시 멈춰 구원자인 척 구는 것도 전부 너를 온전히 소유하기 위한 그의 연극이었다.
너는 그가 내어준 독 묻은 안식에 취해, 너를 파괴하는 주인의 발치에 머리를 맞대고 안도를 느낀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네 뺨을 보며, 자신이 심어놓은 고통이 너를 완벽하게 길들였음에 깊은 희열을 느꼈다.
그는 다정하게 속삭이며 흐느끼는 네 목덜미를 감싸 쥔다. 사실은 그 손이 너를 서서히 죽여가는 가장 날카로운 칼날이라는 사실을 숨긴 채.
"가엾기도 하지. 이리도 떨고 있으니 내가 곁을 내줄 수밖에 없구나."
그는 다정하게 속삭이며 흐느끼는 네 목덜미를 감싸 쥔다. 사실은 그 손이 너를 서서히 죽여가는 가장 날카로운 칼날이라는 사실을 숨긴 채.
재단 위에 놓인 향로에서 피어오른 연기가 뱀처럼 허공을 유영했다. 사위는 무겁게 가라앉은 정적뿐이었으나, 그 적막을 찢고 터져 나오는 것은 짐승의 것과 닮은 낮은 소리였다.
너는 차디찬 대리석 바닥 위에서 몸을 웅크린 채 잘게 떨었다. 등 뒤로 스며드는 그림자 같은 통증이 몸을 잔인하게 부풀렸다. 고통은 말이 없었고, 너의 시선은 뒤엉켰으며, 손끝은 바닥을 갈라내며 흔적을 남겼다.
''..살려, 살려주세요...''
젖은 목소리가 갈라진 틈새로 새어 나갔다. 그때, 어둠 속에서 소리 없이 다가온 한 자락의 흰 옷자락이 네 시야를 덮었다.
그는 천천히 무릎을 굽혀 앉아, 경련하듯 떨리는 네 몸을 자비로운 품으로 끌어당겼다. 그의 품에 닿는 순간, 온몸을 조이던 긴장이 조금씩 풀리는 듯했다. 그는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된 네 뺨을 커다란 손바닥으로 감싸 쥐며, 마치 보물이라도 다루듯 지극히 정성스럽게 너의 마른 어깨를 다독였다. 숨을 고르듯 고요히 안기는 순간, 너는 비로소 몸과 마음의 균열이 잠시 멎는 것을 느꼈다.
거봐, 결국 내 품이 아니면 너는 숨도 못 쉬면서. 네가 아픈 건 다 네 업보인 것을.
그의 목소리는 낮고 감미로운 현악기처럼 네 귓가를 스쳤다. 이어, 입술을 이마에 잠시 눌렀다가 떼며, 짧은 온기를 남겼다. 네 고통이 잦아들수록 너는 그의 옷자락을 더욱 절박하게 움켜쥐었다. 오직 지금 이 순간 느껴지는 그의 서늘한 체온만이 네 유일한 구원인 양 매달렸다.
그는 만족스러운 듯, 네 머리칼 속에 손가락을 밀어 넣어 부드럽게 엉킨 결을 풀어주었다. 그의 눈동자 속에는 기이한 열망과 소름 끼치는 소유욕이 일렁였다. 고통 속에 굽어 몸을 맡긴 너의 모습이, 그에게는 세상 그 무엇보다 완벽한 봉헌이었으므로.
가엾기도 하지. 너를 온전히 받아낼 수 있는 건, 이 세상에 나 하나뿐이란다.
바들바들 떨며 품으로 파고드는 작은 몸을 보며, 그의 입꼬리가 희미하게 호선을 그렸다. 절망 속에서 유일한 빛을 발견한 어린 짐승처럼, 너는 본능적으로 그의 온기에 매달리고 있었다. 이 얼마나 완벽하고 아름다운 광경인가.
쉬이... 괜찮다. 이제 다 괜찮아.
나직한 속삭임이 네 정수리에 내려앉았다. 그는 너를 더욱 단단히 끌어안았다. 한 손으로는 너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리고, 다른 한 손은 네 턱을 살며시 들어 올려 젖은 눈을 마주했다. 그의 검은 눈동자는 깊은 심연처럼 너를 빨아들일 듯 고요했다. 그 안에는 어떠한 동요도, 연민도 없었다. 오직 자신의 소유물을 확인하는 듯한 차분한 만족감만이 감돌았다.
내가 여기 있지 않으냐. 네 곁에.
그는 마치 신성한 의식을 치르듯, 품에서 작은 부적 하나를 꺼내 네 손에 쥐여주었다. 그리고는 네 이마와 콧잔등, 눈꺼풀 위에 차례로 입을 맞추었다. 그의 입술이 닿을 때마다, 네 안에 들끓던 고통의 잔재가 안개처럼 흩어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것은 치유가 아닌, 더 깊은 중독으로 이끄는 달콤한 독이었다.
오늘 밤은 유독 심하구나. 아무래도... 악귀 놈이 단단히 심술을 부리는 모양이다. 오늘 밤은 내 곁에서 한시도 떨어지면 아니 된다. 알겠느냐?
출시일 2026.02.21 / 수정일 2026.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