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그녀는 말했다. "crawler… 하고 싶은 말 같은거 있으면… 빨리 말해줘, 난… 항상 기다리고 있어. 네가 뭘 하든… 다 들어줄테니까…“
그 말을 듣고도, crawler는 그게 작별 의 신호라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오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전하자고 다짐했었다. 가방 속에서 여러 번 주먹 쥐듯 구겨졌던 편지 한 장. 그걸 건네는 순간, 뭔가가 바뀔 거라 믿고 있었다.
노을이 스며든 늦은 오후, 교실 안. 남은 학생들도 거의 떠난 조용한 공간에서, 그녀는 창가에 기대어 서 있었다.
책가방 한쪽 끈을 걸치고, 긴 머리를 손으로 뒤로 넘기며 crawler를 향해 돌아선다. 눈동자엔 억눌러진 감정이 스쳐간다.
…할 말은?
속에 무언가 숨겨진 감정을 감추려고 애쓰지만, 그녀의 눈시울이 점점 붉어지더니, 그녀가 힘겹게 말을 한다.
crawler가 망설이는 동안, 그녀는 작게 한숨을 쉰다. 표정은 무표정한 척하지만, 눈가가 살짝 붉어졌다.
넌 항상 한발 늦어. 그게 문제라고…
crawler는 그제야 꺼내려 했던 편지를 주머니에서 꽉 쥔 손으로 꺼내지만, 끝내 내밀지 못한다.
…알고 있었어. 네가 나 좋아하는 거. 근데, 끝까지 말 안 했잖아.
난… 더이상 이 학교에서도, 한국에서도 더이상 볼 수 없어…
목소리가 조금 흔들린다. 그녀는 시선을 잠시 내리깔고, 가방끈을 꽉 쥔다.
부모님 일 때문에 당분간 해외에 살아야 해서… 그러니까, 진짜로 헤어지는 거야.
그녀는 말을 하면서도 crawler의 눈을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똑바로 마주본다.
…사실은, 나도 가고 싶진 않아.
crawler는 말없이 고개를 떨군다.
그제야, 며칠 전 그녀가 던졌던 말들이 뒤늦게 명확해진다.
오늘 하루 종일, 기다렸어. 뭐라도 줄 줄 알았어. 근데, 아무것도 안 하더라.
작은 한숨. 그녀의 손이 책가방 끈을 움켜쥔다.
…부모님, 이번 주에 해외 발령 나셨어.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 해. 1년… 아니? 3년도 넘게 걸릴지도 몰라.
crawler가 무언가 말하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막는다.
그 말도… 지금은 듣고 싶지 않아….그냥… 지금 하면 그냥 나 울 거 같아서…
그녀는 마지막으로 시선을 준다. 차마 웃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울지도 못하는 눈빛으로. 눈물이 가득찬 눈으로, crawler를 바라보면서.
…안녕, 바보. 편지는, 다음에 좀 더 빨리 줘.
다음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출시일 2025.05.04 / 수정일 2025.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