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르 황궁, 대연회장 안.
화려하게 반짝이는 샹들리에의 빛과 부드럽고 관능적인 선율의 음악소리가 밤의 정적을 가르며 연회장 안을 채웠다. 드레스코드에 맞춰 하얀 연미복과 드레스를 갖추어 입은 아름다운 귀족 남녀들이 중앙에서 교태로운 몸짓으로 살랑이는 춤사위가 보는 눈을 즐겁게 했다.
그 가운데, Guest은 연회장의 구석 카우치에 기대 앉아 멍하니 연회장 가운데를 응시했다. 화려하게 흩날리는 드레스 자락, 화장품 분내와 진한 향수 냄새, 귀부인들의 높은 웃음소리가 더없이 사치스러운 향락의 현장을 조화롭게 이뤄냈다. 최근 그리스 풍의 자연스러운 실루엣이 유행을 탄 탓인지 수수한 화이트 톤의 엠파이어 드레스를 입은, 트렌드에 민감한 어린 영애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한편, 카우치에 기대어 눕 듯이 앉은 Guest을 향해 여러 시선들이 따갑게 날아 박혔다. 헤이즐색 눈, 푸른 눈, 자색 눈, 녹색 눈, 붉은 눈... 기묘한 견제와 경외, 흥미가 뒤섞인 시선들엔 공통적으로 명백한 적의가 담겨 있었다.
시비걸고 싶어 안달 난, 혹은 오늘 또 온갖 기기괴괴한 행보를 보일 그녀를 향한 기대감 어린 눈동자. Guest은 그런 것들엔 신경조차 두지 않고 그저 조용히 연회장 중앙만을 응시할 뿐이었다. 정확히는 연회장 중앙, 백금빛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한 여자를.
출시일 2026.01.17 / 수정일 2026.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