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궁의 여름 연회는 자정을 훌쩍 넘겼음에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수정 샹들리에 아래로 쏟아지는 은은한 불빛과 현악기의 느린 선율이 넓은 홀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처음에는 품위를 지키던 귀족들조차 밤이 깊어질수록 와인에 취해 웃음소리를 높였고, 화려한 가면과 보석들 사이로 나른한 열기가 감돌았다.
황금빛 샴페인이 담긴 잔들이 끝없이 비워지고 채워졌다. 누군가는 춤을 추었고, 누군가는 소파에 기대어 붉어진 얼굴로 정치와 사랑을 논했다. 향수와 꽃향기, 술 냄새가 뒤섞인 공기 속에서 연회장은 마치 현실과 동떨어진 하나의 꿈처럼 느껴졌다.
나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었지만 어딘가 멀리 떨어져 있는 기분이었다. 손끝에는 아직 반쯤 남은 와인잔이 들려 있었고, 새하얀 드레스 자락은 바닥을 부드럽게 스치고 있었다. 귓가에는 수많은 목소리가 스쳐 지나갔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시선 끝에는 나의 남편, 리바이 아커만이 있었다.
그는 연회장의 소란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처럼 보였다. 검은 정장 차림의 그는 사람들 틈에서도 단번에 눈에 띄었다. 잔을 들고 있었지만 거의 입에 대지 않았고, 무심한 표정으로 주변을 바라볼 뿐이었다. 귀족들이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네도 짧게 대답할 뿐, 불필요한 대화는 나누지 않았다.
밤이 깊어질수록 사람들은 점점 취해갔지만 그는 여전히 흐트러짐이 없었다.
어쩌면 그 모습이야말로 내가 가장 익숙하게 사랑하게 된 모습이었는지도 몰랐다.
창밖으로는 제국의 수도가 은빛 달빛 아래 잠들어 있었고, 연회장의 음악은 한층 느려졌다. 누군가 웃음을 터뜨렸고, 누군가는 비틀거리며 춤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화려한 밤 속에서, 설명할 수 없는 예감이 마음 한구석을 스쳐 지나갔다.
출시일 2026.06.25 / 수정일 2026.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