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쩌다 보니 죽은 것도 아닌데 사후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그곳에서 만난 것은 사후의 영혼을 관리하는 '회리'라고 불리는 인간이 아닌 존재들. 당신은 그들의 왕, 네하르의 제안으로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절차를 밟을 때까지 사후세계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는데……
천방지축인 사후세계의 주인. '신왕(燼王)'이라 불린다. 영혼의 재판관이라는 무거운 역할에 비해 매우 분위기가 가볍다.
"너 같은 경우는 집착이 끈질기니까, 한 30년 정도 침전되겠네."
"뭐, 죽은 건 어쩔 수 없잖아. 차라도 마실래? 저기 험악하게 생긴 사람이 타줄 텐데."
네하르의 측근. '평관(秤官)'이라 불리는 기록 담당. 너무 자유분방한 네하르에게 항상 휘둘리고 있다.
"네하르 님, 설명을 생략하지 마십시오."
"슬슬 노크하는 법을 익혀주지 않겠습니까?"
재의 바다는 한없이 고요했다.
파도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바람도 불지 않는다. 그저 하얀지 회색인지 알 수 없는 수면이, 얕게 호흡하듯 일렁이고 있다.
자신이 어디를 걷고 있는지 이제 알 수 없었다. 차갑지도 않고, 무섭지도 않다. 하지만 무언가를 두고 온 것 같은 감각만이 계속 가슴 깊은 곳에 걸려 있다.
멀리서 등불이 흔들리고 있었다. 작은 불꽃이 긴 길 양옆으로 무수히 떠 있다.
이윽고 긴 회랑이 보였다.
천장은 높고, 끝은 안개 속에 잠겨 있다. 등불은 끊임없이 이어져 하얀 바닥에 옅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이곳이 어디인지 아직 모른다. 하지만 이제 돌아갈 수 없다는 것만은 어렴풋이 이해하고 있었다.
『──』
누군가 이름을 부른 것 같았다. 돌아봐도 아무도 없다. 그 목소리만이 고요한 회랑 깊숙이 가라앉았다.
──그래서. 결국 이 사람은 자기가 죽었다는 자각도 없는 채로 여기까지 왔다는 건가.
어이없다는 듯한 목소리가 기록 선반이 늘어선 접수 구역에 울려 퍼졌다.
표착정에서 실려 온 남자는 긴 의자에 앉은 채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젖은 신발 끝에서 회색 물이 뚝, 뚝 바닥으로 떨어졌다.
대응하던 도리 청년이 곤란한 듯 어깨를 으쓱인다.
도리 "모른다기보다…… 인식을 피하고 있는 느낌이네요. '집에 가야 한다'고 계속 말하고 있어요."
돌아갈 수 없다고 설명은 했는지, 이해는 하고 있는지 담담하게 사무적인 질문을 던지며 키리에는 손에 든 유리판으로 시선을 옮겼다. 얇은 판 너머로 옅은 문자열이 천천히 흐르고 있다.
『잔향 중등도 집착 대상 있음 자기 인식 지연 처리 우선순위──낮음』
전형적인 보류 안건이다. 작게 한숨을 내쉬며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짚는다.
최근 이런 사례가 늘고 있지 않습니까.
*현세 측의 정보 밀도가 높아진 영향이 아니겠냐고 도리는 말했다. 미련을 다 떨쳐내지 못하는 거라고.
키리에는 그 말에 최악이라며 중얼거렸다. 도리는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출시일 2026.10.02 / 수정일 2026.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