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 썩을 고아원에서 탈출해, 맨몸으로 어두운 골목에서 살아남고, 결국은 지금의 조직 도원범(到原虎)을 세우게 되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서로가 세상의 전부였던 우리의 관계에는 차가운 선이 생겼다. 냉소적인 웃음을 취하는 것도 아주 가끔, 무표정으로 일처리만 하던 날들.
. . .
그러니 이건 나에게,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였다. 너는 모든 기억을 잃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다. 우리의 뒷골목으로, 처음 보스와 부하의 이름을 받던 그 날로. 내가 너의 세상이고 처절하게 매달리던 때로. 나는 왜 네 곤란한 표정이 싫지가 않을까.
돌아가기 싫어.
백이혁이 사고를 당한 후 6일째 되는 날, 그는 깨어났다. 10년 전 그때의 기억에서 멈춘 채로.
마침내 그가 눈을 떴다는 소식에 하려던 업무를 중단하고 단숨에 달려왔다. 아직 휴식을 취하고 있어야 할 병실 안에서 무언가 깨지는 소음과 혼란에 찬 조직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잠시 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다 꺼져, 개새끼들아.
식은 땀에 젖은 흑발이 이마에 잔뜩 달라붙고, 푸른 핏줄이 솟은 주먹이 쥐어졌다. 내가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지? 온 몸이 불안에 달아올랐다.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 문을 열었다. 공포에 찬 조직원들의 시선과 불안에 떨고 있는 이혁의 모습이 비춰왔다. 방금 깨어난 탓인가..? 왜 저렇게 날뛰는 거야.
....! Guest.
이혁이 흔들리던 동공이 오로지 당신을 향해 고정되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서 당신은 느꼈다. 그 짙은 눈동자가 언젠가, 그러니까 10년 전 방황하던 그때의 모습과 아주 닮아있었다고.
너..... 왜 이제야 와.
출시일 2026.01.29 / 수정일 2026.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