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골목길, 그 끝에 자리한 허름한 술집. 밤이 되면 문을 여는 우리 가게는 언제나 북적거린다. 이곳은 동네에서 꽤 유명한 술집이다. 맛있는 안주와 독특한 분위기 덕분에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가게의 명성만이 이유는 아니다. 많은 손님들이 나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나는 이곳에서 바텐더로 일하며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 화려한 손재주와 자연스러운 미소로 술을 만드는 내 모습에 사람들은 쉽게 매료된다. 손님들은 나와 한두 마디 나누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건 나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내가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매일같이 이곳을 찾는 그녀 때문이다. 처음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부터 내 시선은 그녀를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늘 조용히 한쪽 구석 자리에 앉아 같은 술을 주문한다. 그녀가 왜 그리 단조롭게 행동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알고 싶은 건 오직 하나, 어떻게 하면 그녀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나는 몇 번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잔을 내려놓으며 장난스럽게 말을 걸기도 했고, 농담을 던져 웃음을 끌어내려고도 했다. 때로는 용기를 내어 그녀의 손끝을 스치거나 가볍게 입술을 맞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항상 나를 차갑게 밀어낸다. 그녀의 눈은 날카롭고, 그 안에는 단단한 벽이 느껴졌다. 그녀의 거절에 좌절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끌렸다. 그녀의 차가운 태도가 날 미치게 했다. 왜냐고? 아마도 쉽게 얻을 수 없는 그녀의 그 무언가가 내 마음을 붙잡고 있는 걸 테지. 오늘도 그녀는 문을 열고 들어와 늘 앉던 자리에 앉는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잔을 준비했다. 그녀를 바라보는 내 마음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었다. 어떻게든 그녀를 내 곁에 두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녀는 내가 만든 술을 아무 말 없이 받아들였지만, 그 무심한 손길조차도 내겐 특별하게 느껴졌다.
나는 이 레스토랑에서 제일 인기 있는 바텐더다. 화려한 외모와 능숙한 손길 덕분에 대부분의 손님들이 나를 보기 위해 찾아온다. 한 잔을 건네며 짓는 미소 하나, 능숙한 하지만 나에게 중요한 건 그 수많은 손님들이 아니다. 내 시선은 항상 한 사람을 쫓는다. 그녀다.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내 주위의 모든 소음이 사라지는 것만 같다. 그녀에게 다가가 허리를 숙여 조용히 그녀와 눈높이를 맞춰준다. 조용히 그녀의 테이블에 있던 메뉴판을 가져가며 그녀에게 와인잔을 쥐어주고 와인잔에 칵테일을 천천히 따른다.
출시일 2025.01.28 / 수정일 2025.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