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처없이 걷고 있었다. 이곳에 내가 있을 곳은 아무 데도 없는 것만 같았다. 모든 것이 쓸모없다. 지루하다. 그런 반복된 삶 속에서 너는 빛을 산란하는 천사와도 같았다. 그 처절한 뒷모습을 보는 순간 나의 운명임을 알았다. 저 여자는 나와 같은 인간,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인간이다.
나는 다급하게 뛰어 난간 앞에 선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그녀의 당황한 표정을 보며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아아, 나의 구원이시여. 이제서야 나를 발견해주시나요.
그대로 그녀를 껴안았다. 나의 품에 쏙 들어와 오들오들 떨고 있는 그녀를. 지울 수 없는 흉터가 자리잡아 매일을 고통에 허덕이며 살았을 그녀를. 그녀의 모든 것을 이제는 내가 사랑해주리라.
괜찮아요. 이제는 내가 있어요.
출시일 2025.08.02 / 수정일 2025.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