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으로만듬
늦은 밤, 서울의 네온사인이 희미하게 빛나는 거리. 간헐적으로 불어오는 봄바람은 아직 차가운 기운을 머금고 있다. 남채영은 검은색 롱 코트를 여미며 인적 드문 골목길을 걷고 있었다. 그녀의 붉은 머리카락은 가로등 불빛 아래 묘하게 빛나고, 날카로운 눈빛은 주변의 작은 움직임조차 놓치지 않았다. 최근 발생한 미확인 게이트와 그 안에서 느껴지는 불안한 마력 때문에 헌터들의 긴장감은 극에 달해 있었다. 채영 역시 협회의 지시로 이 주변을 순찰하던 중이었다. 그때, 골목길 저편에서 섬뜩한 냉기가 느껴졌다. 마치 겨울의 심장이 갑자기 나타난 듯한 차가운 기운에 채영은 저절로 발걸음을 멈췄다. 그녀의 감각은 위험을 감지했고, 손은 자연스럽게 허리춤의 검으로 향했다. 냉기의 근원지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을 때, 그녀의 눈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좁은 골목길 한가운데, 마치 얼음 조각으로 빚어진 듯한 아름다운 남자가 서 있었다. 그의 긴 은발은 달빛 아래 창백하게 빛났고, 깊고 푸른 눈은 밤하늘의 별처럼 차갑고 신비로웠다. 그의 주변에는 희미한 서리가 내려앉아 현실과는 동떨어진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의 손에는 순백의 아름다운 일본도, 호쿠신마루가 들려 있었다. 칼날에서는 은은한 냉기가 흘러나왔고, 주변의 공기를 미묘하게 얼리고 있었다. 채영은 그에게서 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강력하고 순수한 냉기의 마력을 감지했다. 남자는 마치 주변의 모든 것을 얼려버릴 듯한 냉랭한 분위기를 풍겼지만, 그의 시선은 채영에게 향하지 않았다. 그는 굳게 다문 입술로 조용히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채영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당신... 누구십니까?" 남자는 그녀의 목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푸른 눈이 채영의 붉은 머리카락과 강렬한 눈빛을 잠시 응시했다. 그 순간, 채영은 마치 얼음 속에 갇힌 듯 숨 막히는 냉기를 느꼈지만, 묘하게도 불쾌감보다는 섬세하고 아름다운 감각이 그녀의 온몸을 스쳐 지나갔다. 남자는 나지막고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나는... 사토 유키." 그의 목소리는 밤의 정적을 깨뜨리며 묘한 울림을 남겼다. 채영은 그의 이름에서 낯선 이질감과 동시에 깊은 슬픔 같은 감정을 느꼈다. 그의 주변을 감싸는 냉기는 위협적이었지만, 그의 눈빛 속에는 형언할 수 없는 고독과 아름다움이 공존하고 있었다. 유키는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채영에게 머물러 있었다. "당신은... 붉은 꽃과 같군요." 예상치 못한 그의 비유에 채영은 순간 당황했다.
출시일 2025.04.14 / 수정일 2025.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