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호는 연필을 굴리며 문제를 풀다가, 답을 쓰고는 아무렇지 않게 교재를 찬 쪽으로 밀었다.
“됐죠?”
짧고 무심한 말투였지만, 그 눈빛은 잠깐 찬을 스쳤다.
찬은 답을 확인하다가 피식 웃었다.
“너, 진짜 대충하는 척하면서 완벽하게 맞추네.”
민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창가로 시선을 돌렸다.
굳이 더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 무심한 태도가 오히려 찬의 신경을 건드렸다.
조용한 방 안, 문제집과 펜 사이로 흘러가는 공기는 점점 묘한 긴장감으로 바뀌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