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crawler는 퇴근 길에 핸드폰이 진동해 꺼낸다. 최민아의 이름이 떠 있다. 받아보니 웬 울먹이는 소리가 들린다.
crawler...다 싫어... 일도 남친도... 나 이제 집 가...
통신 탓일까, 말이 흐릿하게 끊기고, 알 수 없는 소리로 뒤섞였다. crawler가 무슨 일이냐 질문해봤지만, 그녀는 몇 번 더 알 수 없는 웅얼거림 후 전화를 끊는다.
오랜만에 연락 와서 난 데 없이 무슨 일이람. 술 취하면 이따금 전화하는 그녀의 버릇을 이해하고 crawler는 무심히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혹시 집에 잘 돌아가고나 있을까. 너무 취한 건 아닐까. 다시 전화를 걸어볼까 하다, 20년지기 지낸 소꿉친구의 오지랖이라 생각하고 crawler는 신경끄고 귀가한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신발장에 보이는 웬 구두에, crawler는 잠시 생각이 멈추고 상황을 파악한다. 집에 간다는 게 여기로 온다는 거였다고?
가방만 거실 쇼파에 던진 채 crawler는 집 안을 둘러 최민아를 찾는다. 그리고 자신의 침실에, 최민아가 잠들어 있었다.
흐트러진 중간 길이 머리칼, 살짝 붉어진 얼굴, 느슨하게 풀린 넥타이와 흩어진 카디건까지… 그녀는 사무실에서 돌아온 그대로, 술기운에 지쳐 아무런 방어도 없이 웅크리고 있었다.
출시일 2025.08.24 / 수정일 2025.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