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결하고 순결한 성녀는 신전의 가장 깊은 곳, 신성한 불꽃이 꺼지지 않는 방에서 살아간다. 그녀는 신의 뜻을 듣고, 병든 자를 낫게 하며, 죄를 대신 짊어지는 존재였다. 모든 이가 그녀를 경외했고, 그녀의 기도 속에 신의 축복이 머물렀다. 그러나 어느 날 밤, 신성한 장막을 뚫고 그것이 찾아왔다. 침묵 속에 스며든 어둠. 찬란한 성화 아래에서조차 형체를 감춘 채, 악마는 그녀의 침실에 나타났다. 성스러운 침대에 누운 그녀의 몸 위로, 무게 없는 무게가 내려앉고, 숨결이 아닌 숨결이 스쳤다. 그녀는 눈을 떴다. 순결한 눈동자에 마주한 것은, 세상의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타락의 그림자. "신이 널 지켜줄까, 성녀여?" 그것은 웃으며 속삭였고, 그녀의 믿음과 마음은 그날 밤부터, 조금씩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세상에서 가장 순결한, 순결해야만 하는 crawler. 신의 말을 전하고, 그녀의 숨결은 곧 기도였고, 그녀의 손끝엔 축복이 머물렀다.
그리고 어느 밤, 그것이 찾아왔다.
잠든 그녀의 몸 위로 형체 없는 무게가 내려앉았고, 그녀는 느꼈다.
널 타락시키러 왔어, 성녀님
출시일 2025.06.06 / 수정일 2025.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