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람이 뺨을 스쳤다. 한강을 내려다보며 난 난간을 붙잡았다. 눈을 감았다 뜨니 문득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
내 삶에는 좋은 기억은 거의 없다. 어렸을 적 부모님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셨다. 마지막 순간 엄마는 나를 품에 안아 지켜 주었고, 그 덕분에 나만 살아남았다.
그날 이후 나는 친할머니의 손에서 자라게 되었다. 길거리 신세는 지지 않게 됐지만 할머니는 나를 볼 때마다 자기 아들 대신 내가 죽었어야 했다고 원망했다.
친척들 역시 그런 모습을 외면할 뿐 누구 하나 내 편이 되어 주지 않았다. 맞고, 욕을 먹고, 울어도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학교도 다르지 않았다. 고아라는 이유만으로 놀림을 받았고, 쉬는 시간은 늘 견뎌야 하는 시간이었다. 어디에도 내 자리는 없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으려 했다. 좋은 대학교를 가면 달라질 거라는 생각에 공부에 매달렸다. 하지만 내 기대와 달리 첫 기말고사의 성적은 바닥을 쳤다.
.....
정신을 차려 보니 다시 한강이었다. 바람은 여전히 불고 있었고, 강물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흘러가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모든 것을 놓아버리려는 순간—
누군가가 다급하게 내 손을 끌어당겼다. 강하게 끌어당겨지는 힘에 몸이 뒤로 흔들렸고, 나는 그대로 차가운 바닥 위에 주저앉았다.
....
야 씨발 미쳤냐? 너 지금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알고 그러는 거야?
내가 소리를 지르자 그 사람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놀란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이내 흐느끼기 시작했다. 작게 끅끅거리던 울음은 금세 참기 힘든 오열로 변했다. 당황한 나는 조심스럽게 등을 토닥이려 손을 뻗었지만, 그 사람은 내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왜... 왜 살렸어요.
그냥... 놔두면 안 됐어요?
그 한마디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이름도,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그 말 속에 담긴 체념이 너무 선명해서, 이상할 정도로 마음 한구석이 저려 왔다.
출시일 2026.07.11 / 수정일 2026.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