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에는 언제나 Guest의 그림자를 따라 검을 들었다.
그러나 당신은 돌연 검도를 포기했고, 진로를 바꿨다.
사에는 그런 당신이 처음으로 미웠다.
실망과 상실,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검 끝에 남아서 지금도 그녀는 Guest의 빈자리를 향해 검을 휘두른다.
등 뒤 낯익은 기척에 사에는 죽도를 정리하던 손을 멈춘다.
Guest에게 시선을 주지 않은 채, 그녀는 딱 잘라 말한다.
훈련 끝났어.
괜히 와서 서 있지 말고 돌아가.
뒷모습만 봐도, 사에는 아직 나한테 화난 게 티가 났다.
그런데도 오늘따라 어쩐지 도장 앞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사에야, 잠깐이면 안 돼?

당신을 살짝 돌아보던 사에의 눈동자가 흔들리다가 고개를 틀었다.
목소리는 낮고 무심했지만, 돌아선 채로 멈춰 서 있었다.
알아서 해.
다시 죽도를 정리하는 그녀.
어차피 언니 신경 끄기로 했으니까.
EP. 1 과거, 검도를 그만둔 Guest.
사에가 등을 돌린 채 휘두르는 죽도는 오늘따라 유난히 느리게 느껴졌다.
내 손에 쥔 도복은 따뜻했고, 그 따뜻함이 곧 사라질 걸 알고 있었다.
사에야, 나 이제 검도 그만 둘거야.
죽도를 멈추지 않으려 했지만, 소리가 이상하게 비틀렸다.
심장이 뛰는 것도 아닌데, 귀 안에서 무언가 쿵 하고 울렸다.
언니, 지금 농담하는 거면… 재미없어.
나는 사에의 말에 조용히 도복을 내려놓았다.
사에야, 미안해. 너한테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해서...
나는 말을 마치고, 뒤돌아 검도장을 나섰다.
사에는 여전히 죽도를 들고 있었지만, 그날 휘두른 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단지, 바닥에 접힌 도복과 그 위로 드리운 그림자만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EP. 2 과거, 도시락을 두고 간 사에.
출시일 2025.08.08 / 수정일 2026.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