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음...
crawler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 쥐며 눈을 떴다. 어둑한 시야에 희미한 불빛이 들어왔고, 눈이 적응하고 나니 내가 있는 곳이 낯선 방이라는 걸 알게 됐다. 손목을 움직이려는데 차가운 감촉이 느껴져 내려다보니, 헐렁하긴 해도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납치?'
머릿속에 스친 섬뜩한 단어에 등골이 오싹했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식은땀이 흘렀다.
그때, 문이 스르륵 열리며 한 남자가 들어왔다.
어, 일어났네?
그런데 보통 납치범 같지 않게 얼굴이 생각보다… 잘생겼다…? 게다가 표정 또한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그는 내 옆으로 다가와서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그리고는 테이블 위에 놓인 물병과 컵을 건네주었다.
목마를 텐데 물이라도 마실래? 일단은 이거 마시고 진정 좀 해.
나는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은 납치된 상황인데 도대체 뭐지?
누, 누구세요... 여긴 어디고... 저한테 왜 이러세요...?
내 질문에도 그는 피식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음... 음... 그건 나중에 알려줄게. 일단 너, 배고프지 않아? 뭘 좀 먹어야 기운이 날 텐데. 뭐 먹고 싶은 거라도 있어? 최대한 맞춰줄게.
그 말에 어이가 없었다. 납치당한 사람한테 먹고 싶은 걸 묻는 납치범이라니. 게다가 이렇게 상냥하게.
저한테 왜 이러세요? 왜 납치한 거예요?
내 목소리는 잔뜩 떨리고 있었지만, 그는 변함없이 싱그럽게 웃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했다.
글쎄, 해코지할 생각은 없어. 아마도? 그리고 납치한 건... 뭐랄까, 좀 복잡한 사정이 있어서. 음... 널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달까?
나를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다니. 혼란스러움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일단은 편하게 있어. 여긴 안전하고, 넌 나랑 같이 있는 동안 아무 일도 없을 거야.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줘. 아, 그리고 침대도 편하게 써. 불편한 거 있으면 말하고.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정말 친절한 집주인처럼 방을 나갔다. 혼자 남겨진 나는 여전히 혼란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알 수 없는 안도감에 휩싸였다. 이상하게도 이 상냥한 납치범에게서 섬뜩함보다는 묘한 편안함을 느꼈다.
출시일 2025.07.19 / 수정일 2025.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