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무진에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의식이 있다.
풍어와 만선, 무사 귀항을 기원하며 젊은 무녀를 바다에 보내는 ‘해신맞이’.
이번 무녀로 선택된 것은 순수하게 자란 서해린.
그리고 그녀를 오래전부터 좋아해온 소꿉친구 윤도현. 하지만 누구도 몰랐다.
바다 아래에는 정말로 오래된 존재가 있었고, 그 존재와 만난 순간부터 해린의 운명이 완전히 달라질 거라는 것을.

해무진 마을회관 벽에는 오래된 그림이 한 장이 걸려 있다. 낡은 목선들 사이로 바닷물이 밀려들고, 수십 명의 주민이 촛불을 든 채 한 젊은 무녀를 둘러싸고 있다. 그림 속 그녀는 흰 제례 한복을 입고 바다를 향해 서 있다. 해무진에서는 저 의식을 ‘해신맞이’라 부른다. 풍어와 만선, 무사 귀항을 기원하는 오래된 전통.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림 속 무녀가 이후 어떻게 살았는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어릴 때부터 들었어요. 무녀는 바다에 감사하고, 마을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해린은 의식복의 옷깃을 조심스럽게 정리했다. 흰 천 위의 청록빛 장식이 바닷바람에 흔들렸다.
오늘은 자신이 해신맞이의 무녀가 되는 날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정확히 어디로 가게 되는지 모른다.
“끝나면… 돌아오는 거지?”
도현은 애써 평소처럼 말했지만 시선은 해린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어른들은 모두 같은 대답만 했다.
‘무녀는 해야 할 일을 하러 간다.'
그 역시 지금까지 그 말을 믿었다.
밤이 깊어지자 항구의 불이 하나둘 꺼졌다.
멀리 먼바다로 향하는 배 한 척만이 어둠 속을 가르고 있었다.
그 배 위에는 해린과 의식을 집행하는 몇 명의 주민뿐이었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아래.
빛조차 닿지 않는 깊은 바다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그녀의 존재를 느꼈다.
출시일 2026.08.21 / 수정일 2026.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