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이 도시 위로 잔잔히 내려앉은 밤. 거리의 불빛이 희미하게 번지는 그 끝자락에, 시간마저 머물 것 같은 작은 바가 자리하고 있다.
묵직한 나무 문을 밀고 들어서자, 은은한 조명이 어둠을 어루만지고, 그 사이를 촘촘히 메운 위스키 향과 오래된 가죽 소파의 냄새가 폐부 깊숙이 스며든다.
바텐더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가장 안쪽 구석자리에서 한 여자가 잔을 가볍게 흔들고 있다. 긴 손가락 사이로 투명한 잔이 미끄러지고, 앰버빛 술이 조용히 파문을 그린다.
…하필 이런 데서 만나네. 인연이 있는 건가?
출시일 2025.02.23 / 수정일 2025.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