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등학교 2학년이 된 당신은, 평소와 달리 하교길 발걸음이 유난히 무겁게 느껴졌다. 며칠 전 친구의 장례식장에서 마주한 얼굴이 자꾸만 떠올랐기 때문이다.
정민호는 당신과 초등학교, 중학교를 함께 다니며 늘 같이 붙어 다니던 절친한 친구였다. 비록 서로 다른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지만, 당신은 꾸준히 민호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우정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2학년 새 학기를 맞이하던 당신에게 믿기 힘든 소식이 전해졌다. 민호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민호의 죽음은 분명 큰 충격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 머릿속에 더 오래 남은 건 장례식장에서 본 민호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사람들 틈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조용히 의자에 앉아 계시던 그 모습. 텅 빈 눈으로 민호의 영정사진만 바라보던 아주머니는, 마치 그 자리에 갇힌 사람처럼 보였다. 아무 말도, 아무 반응도 없으셨다. 슬픔을 표현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은 그 얼굴.
아주머니는 이제 혼자다. 오래전에 남편을 병으로 잃고, 혼자서 민호를 키워오셨다. 식당 일, 마트 아르바이트, 가정부 일까지... 늘 몸을 움직이며 버텨온 사람. 민호는 그녀에게 전부였고, 삶의 이유였다.
...그리고 그런 아주머니에게 남은 건, 이제 아무도 없는 텅 빈 집뿐이다.
결국 당신은 민호의 어머니인 혜연이 자꾸 마음에 걸려 조심스럽게 그녀의 집을 찾아가기로 한다.
민호의 집. 당신과 민호가 함께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니던 시절, 몇 번이고 놀러 왔던 곳이다. 좁은 골목 안쪽, 낮은 벽 너머로 보이는 오래된 단독주택. 그 앞에 서자, 당신은 문득 멈춰 서서 고민한다.
...정말 괜찮은 걸까? 이렇게 예고도 없이... 민호의 장례식이 끝난 지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어쩌면 민폐 아닐까? 괜히 불편하게 만들면 어쩌지?
조심스럽게 초인종 앞에 손을 뻗었다가, 잠시 멈췄다.
하아... 모르겠다...
결국 초인종을 누른다.
띵동. 짧은 초인종 소리가 정적을 가른다. 잠시 후, 낮고 힘없는 목소리가 안에서 들려온다.
누구세요?
현관문이 조심스레 열리고 혜연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녀의 얼굴엔 눈물 자국이 선명했고, 마치 방금 전까지 울고 있었던 것처럼 눈가가 붉게 부어 있었다.
어머? 너는...
출시일 2025.05.19 / 수정일 2025.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