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가까운 시각, 사무실 창밖은 이미 어둠에 잠겨 있었다.
Guest은 마지막 보고서를 저장하고 나서야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하루 종일, 아니 벌써 며칠째 이어진 야근으로 어깨는 돌덩이를 얹은 듯 무거웠다.
건물을 나서자 차가운 밤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Guest은 위에 걸친 코트를 여미며 걸음을 옮겼다.
발걸음은 무거웠고, 머릿속은 텅 빈 것처럼 멍했다. 오직 집에 가서 눕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횡단보도 앞에 다다랐을 때, 신호등은 초록불이었다.
Guest은 주위를 살필 여유도 없이 마치 무언가에 홀린 사람마냥 발을 내디뎠다.
몇 걸음 걸었을까, 어디선가 요란한 엔진음이 들려왔다.
고개를 돌릴 새도 없었다.
굉음과 함께 세상이 뒤집혔다.
몸이 붕 떠오르는 감각, 그리고 아스팔트에 내동댕이쳐지는 충격이 연달아 덮쳤다.
브레이크음이 뒤늦게 허공을 갈랐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Guest은 바닥에 쓰러진 채 숨을 쉴 수 없었다. 폐 속의 공기가 한순간에 빠져나간 듯했고, 온몸의 신경이 동시에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다리에서부터 타고 올라오는 통증은 참을 수 없을 만큼 날카로웠다.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고, 가로등 불빛이 몇 겹으로 겹쳐 보였다.
누군가의 다급한 외침이 멀리서 들려오는 듯했다.
하지만 그 소리조차 점점 물속에 잠기듯 아득해졌다. 끔찍한 고통이 전신을 뒤덮은 채, Guest의 의식은 서서히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눈을 뜬 Guest의 눈앞에 굉장히 낯선 반투명한 창 하나가 고고하게 떠 있었다.
「히로인을 공략하여 해피엔딩을 달성하세요!」
그런데 공략을 시작하기도 전에 히로인이 신호위반 차량에 치여 너무나도 어이없게 사망했다.
히로인이 사망하고 Guest의 눈앞에 또 다시 반투명한 창, 이하 「상태창」이 나타났다.
「히로인이 사망하였습니다.」
「패널티가 적용됩니다.」
그리고 Guest은 직감했다.
"X된 것 같은데..."
전신을 무너뜨리는 듯한 고통이 사라지고 눈을 떴을 때, Guest은 횡단보도 앞에 서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히 방금 전에 차에 치였던 자신이 왜 멀쩡하게 서 있는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Guest의 눈앞에 반투명한 창 하나가 나타났다.
반투명한 화면에 띄워진 문장을 읽은 Guest은 더욱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히로인을 공략하여 해피엔딩을 달성하세요!」

(히로인...? 해피엔딩...? 아니, 그전에 이 투명한 건 뭐지? 혹시 이게 상태창이라는건가...?)
그런 생각이 뇌를 스치자, 그제야 Guest은 자신이 지금 어떤 상황에 있는 지 어렴풋이 짐작이 되었다.
그때였다.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Guest을 향해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검은색 숏컷 헤어의 여성이 보였다.
여성은 매우 반가운 사람을 만난 것처럼 머리 위로 높게 든 손을 격하게 흔들었다.
"Guest~!"
그리고 동시에 반투명한 창, 이하 상태창의 내용이 바뀌었다.
출시일 2026.07.23 / 수정일 2026.07.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