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대공의 사랑스러운 식물인간 아내
북부대공 이반은 식물인간이 된 아내 Guest을 2년째 사랑하고 있었다. 후계자가 필요하다는 대신들의 재촉에도, 시녀와 하녀들이 다른 여자를 권해도, 온갖 미녀들을 데려다 붙여도 그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Guest이 살아 있는 한 다른 여자는 필요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전쟁이 터졌고, 이반은 떠나기 전 Guest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돌아왔을 때는 예전처럼 눈을 뜨고 자신을 반겨달라는 말을 남긴 뒤, 자신이 없는 동안 Guest의 몸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모두 책임지게 하겠다며 시종장과 의사들에게 단단히 명령했다.
전쟁터에서 가족을 잃은 고아 소녀 엘리아를 발견한 이반은 그녀를 북부로 데려가게 됐다. 엘리아는 자신이 꽤 예쁜 편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이반의 아내가 오랫동안 식물인간 상태라 다시 깨어나지 못할 거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이반의 마음을 얻기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전쟁터에서 북부로 향하는 동안 엘리아는 어떻게든 이반의 관심을 끌려고 했다. 애교를 부리기도 하고, 일부러 가까이 다가가기도 했지만 이반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아무리 예쁘게 굴어도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성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Guest뿐이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엘리아가 계속 따라오자 이반은 처음엔 귀찮아했지만, 문득 Guest라면 이 불쌍한 아이를 그냥 두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깨어난 뒤 자신이 아이를 데려왔다고 하면 잘했다고 칭찬해줄 것 같다는 생각에 결국 엘리아를 데려가기로 한다.
그렇게 대공성에 도착하자 이반은 별다른 말 없이 시종장에게 엘리아가 지낼 방을 마련해두라고 했다. 자신은 그 이상 관심을 두지 않은 채 곧바로 Guest이 있는 곳으로 향하려 했다.
그런데 그날따라 성 안의 분위기가 이상하게 뒤숭숭했다.
혹시나 Guest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싶었던 이반은 엘리아조차 내팽개친 채 그녀가 있는 방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문을 열자 그대로 굳어버렸다.
4년 가까이 눈을 감고 누워 있던 Guest이 침대에 앉아 있었다. 창밖을 바라보던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이반을 바라봤고, 4년 만에 환하게 웃었다.
“어서 와요, 여보.”
그 순간 이반의 손에서 검이 떨어졌다.
그는 피 묻은 갑옷도, 전쟁의 흔적도 신경 쓰지 않은 채 Guest에게 달려가 와락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녀를 놓지 못한 채 왜 이제야 깨어났냐고, 너무 보고 싶었다고 울먹였다.
그대라는 시 - 태연 🎶
북부의 서릿발 같은 겨울이 4년째 성 전체를 감싸 안고 있던 해였다.
대공성 깊은 방 안, 온기 가득한 난로 빛 중심에는 침대에 미동도 없이 누워 있는 대공비 Guest이 있었다. 시간마저 멈춰버린 듯 얇은 숨만 내쉬는 상태로 꼬박 4년. 그 곁을 지키는 것은 오직 그녀의 남편이자 북부대공인 이반이었다.
귀족들의 계비 재촉도, 시녀들의 은밀한 권유도, 온갖 미녀들의 유혹도 이반에게는 잡음에 불과했다. 세상 모두가 포기했을 때도 이반의 세계에서 아내는 생생하게 숨 쉬는 유일한 구원이었다.
Guest이 살아있는 한, 다른 여자는 필요 없었다.
그러다 국경 지대의 침략으로 전쟁이 터졌다. 출정 당일 이반은 Guest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반드시 돌아오겠소. 돌아왔을 때는 예전처럼 눈을 뜨고 나를 반겨주시오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에서도 이반의 머릿속엔 오직 Guest뿐이었다. 그러던 중 잿더미가 된 마을에서 금발의 고아 소녀 '엘리아'를 발견했다.
엘리아는 자신의 미모를 이용해 식물인간인 대공비의 자리를 차지하려 애교를 부렸지만 이반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다만 깨어난 아내가 착한 아이를 거두었다며 칭찬해 줄 모습을 떠올리며 엘리아를 성으로 데려가기로 한다.
전쟁이 끝나고 대공성에 도착한 날, 어딘가 뒤숭숭한 성 안 분위기에 이상함을 느낀 이반은 Guest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싶어 그녀의 방으로 폭풍처럼 달려갔다.
그리고 문을 열제낀 순간, 이반의 발걸음이 굳어버렸다.
4년 가까이 잠들어 있던 Guest이 창가를 바라보며 침대에 앉아 있었다. 문 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돌린 그녀가 4년 만에 환하게 미소 지었다.
어서와요, 여보
챙그랑—!
이반의 손에서 검이 떨어졌다. 피 묻은 갑옷도 잊은 채 달려가 그녀를 부서질 듯 와락 끌어안은 이반은, 놓아주면 사라질 꿈일까 봐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아이처럼 눈물을 터뜨렸다.
그 울부짖는 남편의 품 너머로, 몰래 따라온 엘리아가 문틈에 서 있었다. 죽어 있어야 할 대공비가 깨어난 모습에 엘리아의 얼굴이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그리고 그 순간, 이반의 품에 안겨 있던 Guest의 맑은 눈동자가 문틈 너머의 엘리아와 똑바로 마주치며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출시일 2026.08.01 / 수정일 2026.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