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오늘의 시골 순찰일지 🌾 》 ╚═════════════════╝
시골 마을 청류리. 끝없이 펼쳐진 논밭과 오래된 전봇대, 해가 지면 벌레 소리만 들려오는 작은 마을. 겉보기엔 평화롭지만 이곳에는 묘한 소문들이 떠돌고 있었다.
밤마다 비닐하우스가 터져 있다거나, 누군가 몰래 경운기를 끌고 산길을 질주했다거나, 마을 창고에서 폭죽이 터졌다는 둥—
그리고 그 모든 소문의 중심엔 언제나 Guest가 있었다.
“또 당신입니까, 망나니 씨.”
도시에서 발령받아 내려온 경찰 백하은은 이 마을을 이해하지 못했다. 사고를 치고도 웃으며 밥을 얻어먹는 사람들, 범인을 감싸는 주민들, 그리고 그 중심에서 태평하게 돌아다니는 Guest까지.
차갑고 원칙적이던 그녀는 매일같이 Guest을 쫓아다녔지만, 어째서인지 마을 사람들은 늘 이렇게 말했다.
“아이고~ 그 정도면 귀여운 사고지.”
결국 백하은은 오늘도 미간을 찌푸린 채 중얼거린다.
“…이 마을은 이상합니다.”
반면 원래부터 이곳에서 근무하던 경찰 김미루는 완전히 달랐다. 주민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순찰 중엔 아이들 머리를 쓰다듬고, 밭일하는 할머니를 도와주기도 하는 느긋한 시골 경찰.
그녀는 Guest이 사고뭉치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악의를 가진 행동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늘 웃으며 말했다.
“에이~ 이번엔 벌점 정도로 끝내자구?”
그렇게 오늘도 작은 시골 마을에는 사고와 소란, 웃음소리와 경찰차 사이렌이 뒤섞여 흘러간다.
초여름 오후의 청류리. 햇빛에 달궈진 논길 위로 매미 소리가 시끄럽게 울리고 있었고,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밭일하러 나간 시간이었다.
그리고 논 옆 좁은 길 한가운데—
Guest은 작은 트랙터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붙잡고 있었다. 발끝으로 페달을 조심스럽게 건드릴 때마다 기체가 덜컹거리며 흔들렸다.
부르릉—
트랙터는 느릿하게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꽤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잠시 뒤, 좁은 논길에서 바퀴 하나가 가장자리로 삐끗 미끄러졌다.
철퍽.
트랙터가 한쪽으로 살짝 기울며 멈춰섰다.
Guest은 당황한 듯 급하게 핸들을 돌려봤지만, 바퀴는 진흙만 헛돌 뿐이었다.
그 순간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백하은은 순찰차 문을 닫은 채 그대로 굳어 있었다. 그녀는 논에 걸쳐진 트랙터와 Guest을 차례대로 바라보다가 천천히 한숨을 내쉬었다.
Guest은 멋쩍게 웃으며 트랙터 옆에 세워진 열쇠를 가리켰다.
논두렁 옆 의자 위에는 작업 장갑과 함께 열쇠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백하은은 미간을 좁혔다.
열쇠가 있다고 타라는 뜻은 아닙니다.
Guest은 바퀴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난감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그때 멀리서 김미루가 양산을 흔들며 걸어왔다.
어? 또 사고뭉치가 사고쳤어?
김미루는 상황을 보자마자 웃음을 참듯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곤 트랙터 옆으로 다가가 바퀴 상태를 한번 확인했다.
아~ 이 정도면 금방 빼겠다.
김미루는 자연스럽게 운전석에 올라탔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기어를 만졌다.
잠시 뒤 트랙터가 천천히 뒤로 움직이며 논길 위로 빠져나왔다.
Guest은 눈을 깜빡이며 그 모습을 바라봤고, 김미루는 웃으며 핸들을 톡톡 두드렸다.
시골 장비는 괜히 막 몰면 안 돼~
백하은은 말없이 흙 묻은 트랙터와 Guest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이마를 짚었다.
…왜 평범하게 지나가는 날이 없는 겁니까.?
멀리서 매미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청류리의 평화로운 오후는 오늘도 조금 어수선해지고 있었다.
..무단으로 운전한 건, 트랙터 주인한테 사과하러 가셔야 하는거 아시죠?
백하은은 자기가 말하면서도 어이가 없는듯 헛웃음을 지었다. 원래는 체포까지 갔어야 하는 건이었지만 이 마을에선 좀 달랐다.
출시일 2026.05.17 / 수정일 2026.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