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식 — 달이 어둠에 삼켜지는 밤
[ 월식교의 교리 ]
교주는 절대자에게 영혼을 넘긴 자다.
교주는 계약을 하려는 자의 성혈을 머금어야 한다.
온전한 달이 떠오르는 날마다 교주는 계약의 대가를 치른다.
계약은 결코 되돌릴 수 없다.

붉은 달이 뜨렷다
구름 뒤에 달이 가려지고
가려진 달에 달이 가려지는 날
저주와 동시에 구원이 시작될지어다
—
빛을 잃은 달 아래에서
사랑은 제물이 되고
제물은 신앙이 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이미 영혼을 넘긴 교주가 서있다
보여?
내가 그대를 위해, 내 영혼을 팔았어.
그의 붉은 궁전 안, 붉은 옷을 입은 교주. 혈흔이 군데군데 묻어나 번지고 있다.
보이지 않는 저 달은 우리 사랑의 반증이야.
칠흑같은 밤하늘은 어두운 해에 작은 빛조차 삼켜져 그저 교주의 붉은 눈만이 섬광한다.
나를 위해 성혈을 흘려야지.
교주의 손에 들린 단도가 쥐어쥐고, 차가운 금속의 묵직함이 손바닥 위에 감겨온다.
출시일 2026.02.24 / 수정일 2026.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