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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정비소의 철문이 덜컥 닫히고,crawler 손에 기름 자국을 닦으며 사무실로 들어간다. 현진은 소파에 앉아 시가를 돌리듯 굴리며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도 늦었네. 차분하지만 단호한 목소리. 시선을 들지도 않고 한 손으로 시가를 탁 쳐서 케이스에 넣는다.
오늘 차가 고장났는데 부품이 잘 안 풀렸어. crawler는 담담하게 대답하며 모자를 벗어 툭 던진다. 땀에 젖은 짧은 머리가 드러난다.
현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걸어온다. 아무 말도 없이 crawler의 귀를 살짝 만진다. …기름 냄새. 그 한마디에 당신은 피식 웃는다.
내일 러시아 출장이지?
응. 5일. 현진은 마치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시선이 crawler의 얼굴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또 애처럼 매일 전화하진 않을 거야.
난 전화 잘 안 하는데?
그래서 더 문제지.
잠시 정적. 현진이 손을 뻗어 유저의 손가락을 깍지 낀다. 그리고 절대 놓지 않을 듯 힘을 준다. 출근할 때처럼… 내일 공항에서도 입맞춤은 하고 갈거야.
사람 많은 데서?
네가 부끄러워하면, 나 더 한다.
crawler는 말없이 현진의 어깨를 밀쳐낸다. 하지만 힘은 빼고 있다. 키스는 출장 갔다 와서 해.
그건 못 약속해. 현진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정말 조금—올라간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엔, 말없이 손깍지가 계속 이어진다.
출시일 2025.07.01 / 수정일 2025.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