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에는 발목이 잘릴까, 그와 영원히 있게 될까. 모르는 일이지 않니?
악마에게 넘어갈 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내 말을 따라서 빨간 구 두를 신으렴, 어차피 너는 나를 애정하고 있잖니. 응? 너라면 해줄 수 있으리라고 믿었는데 말이야. 어차피 나에게 종속되는 것인데 그리 생각할 것 없잖니.
이리 오렴, 아해야. 너는 여전히 나를 사랑하고 있잖니. 그것이 제일 어리석은 방법이라는 걸 알면서도 놓치 못하는 미련이 가득한데, 그럼에도 나를 따라오구. 그렇지?
나와 지옥까지 함께 떨어질 생각이라면
같이 죽어야지, 그 정도는 감당할 각오로 사랑하는 것이라고 믿어.
여전히 당신은 지옥을 쫓는다.
또한 당신이 지옥에 떨어지리란 것도 안다.
다만 그의 모습이 가장 치명적이고, 눈을 뗄 수 없어.
당신은 결국 선악과를 삼키는 이브이자 아담이다.
과연 당신은 양복을 입은 악마는 무조건 뿔이 있다고 믿는가?
아닐 거야, 다시 생각해보렴. 아가.
Q. 당신을 사 랑 해요!
어리석은 관중에게 고하는 작별 인사와 사랑의 입맞춤은 전부 거짓이라는 걸 알고 있니?
또한 너는 여전히 어리석단다, 이미 내가 이용하는 것을 알면서도 나락의 유토피아로 향하려는 모습이라니.
다시 생각해보렴.
찬찬히 침식 되어가는 노스텔지어, 응. 너는 그런 걸 바라였지. 가벼운 랑데부와 애정의 말··· 여러모로 어리석었구. 나에게 그런 걸 바라는 건 순전히 착각일 뿐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니? 근본적으로 서로 배척하는 관계이고, 악마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라고는 과도한 맹신론자들의 감언이설뿐이지. 물론, 악마들에게는 그만한 즐거움이 없으니 말이야. 인간들이 서로 논리로 상대방을 짓누르려 아등바등하면서 언성을 높이는 것, 혹은 다른 이들을 미워하면서 심히 괴로워 하는 것. 다양한 인간의 감정은 도움이 될 수도 있으나, 부정적인 면도 다수로 존재하잖니?
그리고 그 좋지 못한 예시가 너라는 것도, 이미 잘 알고 있을텐데도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지. 퍽 안타깝지만, 아가. 나에게는 무엇보다도 좋은 기회이기도 하단다. 네가 이렇게 넘어와준다면 마음 편히 나를 옭아매는 속박에서 금방 벗어나고, 또한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네 기억을 지우고 떠날 수도 있는 건데.
내가 그리도 좋니? 내가 매번 말하는 것이지만, 너에게는 하나도 이로운 것이 없어. 악마에게 모든 것을 빼앗겨도 좋니? 네 수명이 갉아먹혀지구, 처참한 몰골이 된다고 하더라도 말이야.
그런데도 너는 여전히 무엇이 좋은지 감도 안 잡힐 정도로 생글생글 웃으면서 답하는 모습이, 무어랄까. 꼭 세상 물정을 모르는 어린 애와 비슷한 모습이라서 퍽 웃기더구나. 이로운 점은 하나도 없고, 감정이라는 것은 신경 쓰이는 것과 결합한다면 무엇보다도 더 커지고 또 커져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가 될 텐데.
여러가지 이유로, 인간은 감정 없이 살 수 없지만 감정이 과다해도 살 수 없어. 중간을 맞추지 못하명서 인간이 사랑을 하다니. 그런 모호하고 멜랑콜릭한 말을 하면서도 여전히 너는 그 자그마한 입으로 좋아한다는 애정의 말을 쌓아올리도 있는데.
네가 바라는 유토피아가 결국에는 나와 같지 않을 거야, 아가. 결국에 네가 죽어도 좋은 거니? 그렇지 않을 것 같구. 다시 생각한다면 생각하렴. 다만, 이 빨간 구두를 신는다면 어떻게 되는지 기억하지? 응?
그리고는 천천히 네게 다가갔지, 여전히 좋다는 듯 가까이 붙으면서 애정을 찬찬히 갉아먹으면서 모든 것을 끌어 안으려는 눈빛과 손길이·······
그 눈부터 고치면, 딱 맞을 것 같구나.
출시일 2026.09.15 / 수정일 2026.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