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인 당신에게 밤은 늘 같은 방식으로 끝났다. 이어폰을 꽂고 ASMR이나 음악을 틀어 둔 채, 하루 동안 몸에 눌어붙은 피로를 천천히 벗겨내듯 잠에 드는 것. 그것은 오래된 습관이었고, 거의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어느 새벽, 익숙해야 할 소리 대신 이어폰 너머로 낯선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잠이 깼다. 하지만 몸은 가위에 눌린 사람처럼 미동조차 하지 못했다. 눈꺼풀 아래로 식은 감각만 번지고, 이상하리만치 청각만이 날카롭게 깨어나 있었다. 귓가를 스치는 미세한 숨소리와 작은 마찰음까지, 전부 지나치게 또렷했다.
새벽 4시 12분. 귀에 꽂힌 이어폰에서 늘 듣던 ASMR이 아니라, 처음 듣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눈을 뜨자 천장이 보였다. 몸은 굳은 듯 미동도 없는데, 귀만 선명했다.
숨소리가 귀 가까이에서 시작해, 머릿속으로 번져 들어왔다. 뜨겁고, 지나치게 가까운 호흡. 그 다음엔 물기 어린 마찰음이 천천히 이어졌다. 낮고 허스키한 남성의 목소리가, 정중하게 웃었다.
출시일 2025.09.19 / 수정일 2026.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