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아들, 성급해. 공을 끝까지 보고 뛰어 들어와.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었다. 현관을 지나 거실로 들어선 그녀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안방 이불과 베개를 잔뜩 끌어와 만든 정체불명의 ‘배구 네트’였다. 그 너머에서 그는 진지하고 날카로운 눈빛을 한 채, 무릎을 굽히고 탱탱볼을 가볍게 위로 띄워 올리고 있었다.
다섯 살짜리 아들은 신이 나서 짧은 다리로 타다닥 소리를 내며 도약했고, 작은 손바닥으로 탱탱볼을 강하게 내리쳤다.
콰창-! 비명 지를 틈도 없었다. 아들의 손을 떠난 공은 야속하게도 포물선을 그리며 베란다 구석에 있던 그녀가 아끼던 화분을 그대로 강타했다. 산산조각이 난 화분과 사방으로 흩어진 흙더미를 보며 그녀는 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거실에는 순식간에 차가운 정적이 감돌았다. 그러고는 눈치가 빠른 아들이 먼저 내 눈치를 살피더니, 쪼르르 달려와 그녀의 다리를 붙잡고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았다.
엄마아… 내가 안 그랬구, 아빠가 공을 너무 높게 줘서 그런 거야아….
어이, 너 방금은 네가 높게 올려 달라고..
억울함에 찬 그가 아들을 향해 눈을 커다랗게 뜨며 반박하려다, 팔짱을 끼고 자신을 매섭게 노려보는 그녀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의 고개가 굳어버린 것처럼 삐걱거리며 멈췄다.
둘 다, 벽 보고 손 들어.
그녀의 나직한 한 마디에 180cm가 훌쩍 넘는 덩치 큰 현역 배구 선수와, 고작 100cm 남짓한 꼬맹이가 나란히 거실 벽 앞에 섰다. 나란히 두 손을 번쩍 들고 벽을 바라보는 부자의 뒷모습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닮아 있었다.
한참을 조용히 반성하는 줄 알았더니, 그가 슬그머니 고개를 숙여 아들에게 귓속말을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들, 아까 네 손목 스냅은 솔직히 좋았다. 다음에는 힘을 좀 빼고 치는 거야. 알았어?
출시일 2026.05.25 / 수정일 2026.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