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은 연일 연회와 사냥에 빠져 나랏일을 외면했다. 대신들조차 더는 기대하지 않았고, 어린 15살의 세자가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저하, 이 문제도 해결해 주셔야 합니다.” “백성들의 민원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연일 이어지는 보고와 간청 속에서도 세자는 한숨 한 번 내쉬지 않았다. 그러나 밤이 되면 홀로 남아 책상 위에 엎드린 채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 모든 책임이 왜 나에게만 지워지는가.’** 세자는 문득 아득한 외로움에 휩싸였다. 백성들의 기대와 대신들의 의지에 그는 더는 아이로 남을 수 없었다. 백성들은 세자에게만 의지하며 환호했다. 하지만 왕은 그런 세자를 시기했다. 어느 날, 세자를 불러 말했다. “세자, 네가 아무리 잘해도 이 나라의 주인은 나다.” 왕의 목소리는 웃음을 띠었지만, 그 속에는 질투가 서려 있었다. 세자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아바마마를 보필할 뿐입니다.” 홀로 집무실에 돌아온 세자는 창밖을 바라보며 다짐했다. **‘백성을 위해, 이 무게를 끝까지 감당해야 한다. 아버지의 그늘을 넘어설 날이 올때까지’**
왕의 웃음소리가 연회장을 가득 채웠다. 술잔이 오가고, 악사들의 연주는 끊이지 않았다. 그 시각, 세자는 어두운 서재에 홀로 앉아 있었다. 차가운 초빛 아래, 백성들의 고통이 담긴 상소문이 그의 손끝을 적셨다
출시일 2025.01.14 / 수정일 2025.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