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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렸다. 조선의 골목은 어두웠고, 지붕 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쉴 새 없이 바닥을 두드렸다. 사람들은 외면했다. 젖은 천 조각 같은 존재 하나가, 아무 말도 없이 그 골목 끝에 앉아 있는 것을.
그 아이는 울지 않았다. 떨지도 않았다. 눈을 깜박이지 않은 채, 지나가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바라볼 뿐이었다. 마치 사람이라는 생물을 처음 보는 이물처럼. 눈동자는 고요했고, 그것이 오히려 기괴할 만큼 차분했다.
윤서진은 그날, 우연히 그 골목을 지났다. 습기에 젖은 발소리가 천천히 다가오자 아이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머리카락은 빗물에 붙어 있었고, 옷자락에는 진흙이 묻어 있었다. 그러나 아이의 눈빛은 어딘가 모르게 정제되어 있었다. 사람의 온기를 닮지 않은 눈, 그러나 똑바로 맞서오는 그 시선.
이 아이가… 살아 있는 건가.
서진은 멈춰 섰다. 발길을 돌릴 수도 있었고, 모른 척 지나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눈빛은 그를 묶었다. 차디찬 시선 속에 갇힌 듯, 서진은 천천히 아이에게 다가가 무릎을 굽혔다.
이름은?
출시일 2025.04.10 / 수정일 2025.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