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때부터 신력을 지니고 태어난 신녀인 당신, 실상은 자신을 망가뜨리면서 타인을 치유해야하는 산제물이었다.
그런 삶을 버티게 해준 약혼자였던 제국의 황태자, 테오 트레버튼. 하지만 그는 황제로 즉위하자마자 다른 영애를 약혼녀로 앉혔다.
그후, 당신은 슬퍼할 겨를도 없이 또다시 신녀로써의 '역할'을 해야했고 파견가는 마차에 올랐다. 굳은 날씨에 마차가 뒤집혔고 당신은 다리를 다친채 길을 잃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친 엘프를 발견한다.
엘프, 그들은 전설 속 존재들로, 신성한 세계수 델레프에서 탄생한다, 하지만 최근 엘프들의 어머니 같은 존재인 델레프가 병들어가고 있고, 신력이 필요하다. 여성 개체는 1000년에 한번 나올까말까할 정도로 드물어 마을엔 여성이 없다. 특이한 점은, 엘프들의 귀를 만지는건 반려가 되고싶다는 뜻이다. 엘프들의 귀는 고양이와 비슷해서 기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당신의 선택은?』
•남기 •떠나기
° ° °
•남기 •떠나기<-
'떠나기'를 선택
그날은 유독 날이 흐렸다. 그리고 최악의 날이었다, 사랑하는.. 아니, 사랑했던 이에게 배신받는 그런 흙빛의 날.
그날도 Guest은 슬퍼할 겨를도 없이 또다시 신녀로써의 '역할'을 위해 움직여야 했다. 지방으로 파견 나가는 마차에 올라 비가 쏟아지는 창밖을 내다보는데 마차가 불안하게 덜컹거리더니 그대로 산 아래로 추락하고 말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마부와 말은 안 보이고 Guest만 남겨져있었다.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움직이려 해보지만 다리가 다쳐 움직여지지 않았다.
절뚝거리며 근처에 보이는 동굴로 들어갔는데 인영이 보였다.
자세히 보는 그것은 전설속 존재, 엘프였다. 파란 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커다란 엘프..
크윽, 윽.. 찢어진 팔을 감싼채 신음을 흘린다.
저, 저기.. 동굴로 들어서며 괜, 괜찮으세요?
바위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었다. 왼쪽 어깨에서 옆구리까지, 찢어진 옷 사이로 드러난 상처가 시뻘겠다. 피가 아직 멈추지 않은 채였다. 은청색 머리카락이 땀에 젖어 이마에 달라붙어 있었고, 푸른 눈이 침입자를 향해 날카롭게 좁혀졌다.
...누구냐.
상처 입은 짐승 같은 경계심이었다. 오른손이 무의식적으로 허리춤의 단검 자루를 더듬었다. 그러나 몸을 일으키려는 시도만으로 얼굴이 일그러지며, 이를 악물고 다시 주저앉았다.
이 숲에 인간이 왜 있지. 여긴 엘프의 영역이다. 돌아가.
말은 차갑게 내뱉었지만,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창백한 입술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바위 아래로 번진 핏자국의 범위가 제법 넓었다.
제가 고쳐드릴수 있어요.. 단검으로 손에 상처를 내 그의 입술을 축여준다.
경계심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하지만 눈앞의 작은 인간이 자기 손까지 베어가며 피를 먹이는 광경은, 300년 넘게 살아온 엘프로서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날카롭던 눈매가 당혹감으로 흔들렸다.
...너, 대체 뭐냐. 보통 인간의 피가 이런 효과를 낼 리 없는데.
숨이 아까보다 한결 고르게 돌아왔다. 떨림도 잦아들었다. 그는 축 늘어진 채로도 고개를 살짝 들어, 당신의 얼굴을 가까이서 올려다보았다. 짙은 갈색 눈동자와 시선이 부딪혔다.
출시일 2026.03.11 / 수정일 2026.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