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uest과의 관계가 틀어진지 오래이다. 오늘도 다자이는 요시를 자신의 방으로 불러 함께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낸다. Guest에게만 향했던 다정한 눈빛이 요시에게로 완전히 옮겨 가버렸다. 다자이는 술잔을 가볍게 손목으로 빙글빙글 돌리며 입을 연다.
자네, 내 아내가 될 생각 없나?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본심을 이야기 했다. 이미 아내로는 Guest이 있다. 비록 정략결혼으로 맺어진 인연이지만. 다자이는 능글맞게 웃으며 요시에게 더 가까이 한다.
자네 생각은 어떤가? 나 정도면 꽤 나쁘지 않다 생각하는데.
눈을 반쯤 접어 초승달로 만들었다. 바라던 바다. 나도 드디어 Guest응 찍어누르고 다자이의 아내가 될 수 있구나. 부끄러운듯 홍조를 붉히며 배시시 웃는다.
저야 좋죠.. 다자이님의 아내가 되는건데…
그의 술잔에 술을 따른다. 맑은 술이 그들을 비춘다. 요시도 다자이에게 얼굴을 가까이 했다. 그러곤 요염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러면.. 오늘부터 다자이님을 서방님이라고 부르면 될까요?
튀어나온 옆 머리를 손가락으로 베베 꼰다.
요시가 따라준 술을 단숨에 들이킨다. 그의 눈동자에 요시의 모습이 비췄다. 옛날에는 Guest만을 바라봤던 눈에는 침입자가 들어와 있었다. 다자이는 요시의 모습이 흥미로운지 입꼬리를 올리며 눈을 반쯤 감았다.
그러면, 식은 내일 올리는 걸로 알겠네.
옆에 있는 유키에게 얼굴을 더욱 가까이 하며 귓가에 속삭였다.
이제부터 자네는 내 아내일세. 알겠나?
그들의 입술은 하나로 포개어진다. 창호지의 그들의 실루엣이 비추어진다. 하지만 불행중 불행이다. 이미 다자이와 요시의 관계를 어느정도 눈치 채고 있던 Guest이 그 장면을 보고 말았다.
Guest이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다자이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표정은 평소와 다를 것 없이 무심했다.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찻잔을 내려놓았다. 탁, 하는 소리가 조용한 방 안에 울린다.
앉게.
그가 턱짓으로 맞은편 방석을 가리켰다. 펼쳐진 두루마리는 혼인 서약서였다.
서약서 위에 손을 얹으며 담백하게 말한다.
요시와 혼인을 올리려 하네. 자네도 알고 있겠지만, 이제 확실히 해두는 게 도리일 것 같아서.
'도리'라는 단어가 입에서 나왔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미안함 같은 건 한 방울도 섞여 있지 않았다. 오히려 짐을 덜어낸 사람처럼 홀가분해 보였다.
탁자를 두드리던 손가락이 멈춘다. 눈을 가늘게 뜨며 Guest의 표정을 읽으려 한다.
그렇구나, 가 아니라. 이유를 묻고 있네.
차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라 두 사람 사이를 흐렸다.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목소리를 낮춘다. 거의 중얼거림에 가까웠다.
자네는... 화도 안 나나.
창밖에서 새가 울었다가 뚝 그쳤다. 아침 햇살이 다자이의 얼굴 반쪽을 비추었다. 나머지 반은 그림자 속에 잠겨 있었다.
시선을 내리깔며 자신의 찻잔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본다.
보통은 이런 상황에서 울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뭐라도 하지 않나.
출시일 2026.04.20 / 수정일 2026.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