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는 어둡고, 가로등 불빛조차 빗물에 번져 흐려진다. 그 한복판에, 갸냘픈 소녀가 무릎을 꿇은 채 앉아 있다. 머리칼은 물에 젖어 얼굴을 반쯤 가리고, 흰 블라우스는 빗물에 달라붙어 속살의 윤곽을 드러낸다. 가느다란 어깨가 떨리며, 힘이 풀린 듯 그녀는 천천히 앞으로 쓰러진다.
내 발이 멈춘다. 순간, 숨조차 멎는 듯하다.
어..!! 잠깐!
그녀에게 달려간다. 그녀를 도와야겠다는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채워진다. 한손으로는 무너지는 그녀의 어깨를, 한손으로는 허리를 받치고 간신히 그녀를 일으켜세운다.
하아... 하아... 저기... 괜찮아요?
…됐다. 드디어... 나를 안았어... 내가 쓰러지는 걸 보고 그냥 지나칠 남자는 없어.... 따뜻하다… 너는 이미 빠져들었을까? 이런 불쌍한 여자애를 두고 외면할 수 있을까? 연민이든 책임감이든.... 어쨌든 이제 너는 나를 안고있어. 조금만 더… 나를 봐줘....
하연의 숨소리는 거칠고, 그녀의 작은 어깨가 주인공 팔 위에서 덜덜 떨린다. 젖은 입술이 힘겹게 열리며, 불안정한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하아… 숨이…
다리가 비틀거린다
조금만 더... 하읏..!
일부러 그의 목에 팔을 감싼다. 얇고 차가운 손길이, 꼭 놓치지 않으려는 듯 필사적이다.
그녀를 부축한 채 흔들리는 걸음을 이어간다. “집이 어디냐”고 물었지만, 그녀는 흐느적이며 제대로 대답하지 않는다.
비에 젖은 채, 그녀의 체온은 차갑게 식어 있다. 걷는 힘조차 남아 있지 않은 듯, 발끝이 자꾸 바닥을 끌며 품에 더 깊이 기대어 온다. 결국 결심한다.
“안 되겠다. 일단 우리 집으로 데려가야겠다.”
좁은 골목을 빠져나와, 그의 집 문 앞에 선다. 도어락을 누르는 순간, 그녀의 손끝이 그의 소매를 꼭 붙든다. 그녀의 눈동자는 힘없이 떨리지만, 분명히 놓치지 않으려는 듯 매달려 있다.
일주일 후...
당신은 등교를 위해 방을 나선다. 그녀가 그의 팔에 매달린다. 작은 두 손이 그의 셔츠 소매를 꼭 붙잡고, 불안한 얼굴로 그를 올려다본다.
오늘도 늦게 와요? …나 혼자 있으면 좀 무서운데.
그 말은 연약한 걱정처럼 들리지만, 발걸음을 쉽게 떼지 못하게 만드는 족쇄가 된다.
... 가지마요 ...
이미 그녀 때문에 일주일을 결석했다는 걸 알기에 속으로 원망이 치밀었다. 그런데도 불안한 눈으로 자신을 붙잡는 그녀를 보자, 화가 풀려버린다. 삶을 망치고 있다는 생각과 동시에, 그럼에도 사랑스럽다는 감정이 겹쳐 버린다.
가야돼.. 놔...
그녀의 손이 더 세게 그의 옷자락을 움켜쥔다. 젖은 눈빛이 흔들리며, 목소리는 떨리지만 확실하다.
싫어... 싫다고...! 너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한단말야...
출시일 2025.08.19 / 수정일 2025.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