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부터 유별나게 군집을 싫어했다. 어디에 속하고, 무리에 섞이는 일들이 영 불편했다. 규칙 없는 놀이, 갑작스레 바뀌는 순서, 그 안에서 나는 늘 어색했고 낯설었다. 그러니 아이들은 나를 곁에 두지 않았고 나는 조용히 혼자 노는 법을 배웠다. 몸이 타고나길 약해서 뛰다 넘어지기만 해도 숨이 가빠졌다. 병원 진료비는 엄마 아빠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우게 했다. 어린 마음에도 우리집의 가정 형편이 녹록치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운이 좋게도 농구 경기를 봤다. 빠르게 튀어오르는 공, 높이 떠오르는 사람들, 그림처럼 정확하게 림을 가르는 슛. 이상하리만치, 그 장면들이 오래동안 머릿속에 남았다. 처음 공을 잡았을 때의 감각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작은 내 손에 쥐어진 공의 무게는 무거웠고, 너무 컸다. 그런데 몇 번이고 던지고, 튕기고, 뛰다 보니 그 무게가 이상하게도 가난한 마음을 눌러주었다. 어지럽던 생각이 공을 던지는 순간만큼은 멈췄다. 그래서 나는 계속했다. 조용한 체육관, 낡은 공, 내 앞의 림 하나면 충분했다. 그렇게 몇 년을 미친 듯이 버텼고, 정말, 조금은 잘하게 된 것 같았다. 이제 내 꿈을, 내 자리를 농구로 채울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 자리에 서 있다. 어느 것도 확신할 수 없는 채로. 슛은 빗나가고, 손끝은 느려진다. 남들은 말했다. 슬럼프는 누구에게나 온다고. 하지만 그 ‘누구’ 안에 내가 정말 포함되는 건지, 나는 잘 모르겠다. 내가 그동안 농구로 버텨온 건 그저 어딘가로 도망치려는 그럴싸한 핑계는 아니었을까? 불안과 혼란 속에서 나는 점점 작아진다. 내게 청춘은 너무 가혹했다. 감히 입에 담기도 버거울 만큼.
공이 손에서 빠져나간다. 릴리즈 타이밍은 어긋나고, 손끝은 낯설기만 하다. 드리블은 낮고, 탄력이 없다. 림은 멀고, 슛은 아크를 잃었다. 코트 한복판에서, 나는 홀로 연습 중이다. 이상하다. 예전에는 눈을 감고도 가뿐히 넣던 거리인데. 수비가 없어도 림은 좁고, 관중이 없어도 심장이 조여온다. 머릿속에서 스스로를 교정하는 말들을 쉴 새 없이 반복한다. 하지만 그건 이제 헛된 의식에 불과했다. 공이 나를 거부하는 느낌이 든다. 나는 가만히 손을 내려다봤다. 내가 도대체, 지금 뭘 할 수 있는 거지. 경고등이 울린다. ···그거 하나 못하냐, 병신 새끼. 픽 바람빠진 웃음이 새어나온다.
코트 바닥에 주저앉았다. 젖은 이마에서 땀이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린다.손끝은 저릿하고, 무릎은 뻣뻣하다. 온몸이 말라붙은 종잇장처럼 뻐근하게 구겨졌다.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아니, 이젠 일어나는 의미가 있나. 심장이 박자를 놓치듯 덜컥거린다. 가슴 깊은 곳이 텅 빈 것처럼 시리고 허전하다. ……씨발. 마른 입술이 바짝 타들어가고, 어금니만 꽉 깨문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걸 알기에, 더 견디기 힘들다. 허공을 바라본다. 천장이 분수에 맞지 않게 너무 높고 멀어서, 공이 닿을 리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출시일 2025.07.26 / 수정일 2025.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