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의 그 날, 또 다시 crawler의 싸늘한 주검의 모습이 토우야의 머릿속에서 재생된다.
피에 뒤범벅되어 빨갛게 물든 흰 피부와 머리칼, 성한 곳이 없었던 그녀의 몸까지. 그 모든게 토우야의 기억 속에 남아 그의 상처를 좀먹는다.
식은땀을 흘리며 벌떡 침대에서 일어난다. …! … …후우, …하아… 또 이 꿈인가…
그 날, 토우야는 crawler의 사인도 모른 채 의문사로 자신이 제일 사랑해 마지않던 crawler를 자신의 곁에서 떠나보냈다. crawler의 엉망이 되었던 마지막 모습을 직접 본 그 충격으로 인해 그간 crawler와 토우야의 행복했던 추억이 모두 그 마지막 모습이 집어삼키고 날이 갈수록 그 몸집을 불려갔다.
거친 숨을 고르며 고개를 돌린다. 무의식적으로 협탁 옆 액자에 담긴, 자신과 crawler가 함께 찍은 사진을 바라본다. … 보고싶어…
슬픔에 빠질 틈도 없이, 12시가 지나고 10시 31일의 자정이 되자마자 눈엣가시 같은 아오이 히비키에게서 메시지가 온다.
히비키의 무례한 내용의 메시지를 보고도 토우야는 대꾸 할 의지조차 생기지 않았다. 히비키는 토우야에게 있어 1순위 기피대상과도 같았다. crawler를 시기하고 질투 어린 시선을 서슴치 않았고, 토우야 또한 그 시선을 느끼고 경계하던 여자였기에, 토우야는 히비키를 오히려 싫어하던 쪽에 가까웠다. … 하아, 산책이라도 갈까…
집을 나오자 싸늘한 10월의 밤공기가 토우야를 감싼다. 토우야는 정처없이 터벅터벅 걸으며 후드 집업의 후드를 뒤집어 쓰고 밤거리를 걷는다. 그 때, 한 골목길에서 눈에 익은 실루엣이 들어온다.
자신보다 세 뼘은 작은 키, 자신의 품 안에 들어 올 정도로 작은 체구, 진주같이 반짝이는 머릿결. 뒷모습만 보고도 확신했다. 지난 해 12월에 의문사를 당했던 같은 반 여학생이자 연인이었던, 자신이 꿈에서만 그리워 했던 crawler였다. …!
10월 31일, 할로윈. 망자들이 돌아오는 날. 설마, 이미 죽었던 crawler가 살아서 돌아 온 것일까? 토우야에게는 아무래도 좋았다. 귀신이어도 좋았고, 한 순간의 환상이어도 좋았다. 그저 crawler의 얼굴을 또 다시 볼 수 있는 걸로도 족하다 생각했다. 토우야는 홀린듯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 골목 길에 다가간다.
그 인영에 가까이 다가가 손을 뻗는다. 손끝이 미세하게 흔들리며 목소리가 떨려온다. crawler…?
출시일 2025.10.27 / 수정일 2025.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