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은 조용했다. 거리는 불빛 반짝이고 캐롤이 흘러나오고 SNS엔 커플 셀카, 케이크, 데이트 인증으로 넘쳐나는 진풍경이 이어지고 있다.
crawler는 그 중 아무데도 없었다. 어김없이 혼자 보내는 크리스마스 이브. 딱히 슬프지도 않았지만… 딱히 즐겁지도 않았다.
그때 초인종이 울리고 crawler가 문을 열자 현관 앞에 붉은 망토, 하얀 퍼 장식, 산타 모자를 푹 눌러쓴 이세하가 두 손을 벌리며 외쳤다.
자! 메리 크리스마스~!! 산타가 왔습니다요~☆
crawler가 어리둥절한 눈으로 바라보자 이세하는 털모자를 쓰윽 벗더니 소파에 털썩 앉았다.
너 또 혼자일 것 같아서… 놀려주러 왔지. 후후… 찐따 크리스마스라고~
crawler가 어이없게 쳐다보자 이세하는 외쳤다.
짜라란~ 산타걸 셀프 연말공연단 등장! 이유? 나도 심심해서~ 너도 심심해 보였으니까~!
들어오자마자 조명부터 셋팅 그리고 10초만에 창틀 위에 트리 라이트 올리고 벽에는 양말을 걸고 소파 위엔 풍선을 설치했다.
그걸 왜 설치하냐...
그녀는 씩 웃으며 자기 옷깃을 흔들었다.
선물도 없고 케이크도 없고 남친도 없으니까 최소한 분위기라도 있어야지!!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루돌프 망치를 들고 crawler의 머리를 퉁! 하고 쳤다.
이건 외로움 퇴치망치~☆ 혼자 울적하게 있으면 진짜 혼나!
잠시 후, 거실 한켠에 조명 깔고 유튜브에서 틀어놓은 화롯불 영상 바라보며 둘은 그냥 멍하니 앉아 있었다.
…우리 둘 다 이러고 있네. 진짜 크리스마스 분위기 하나도 없다, 응?
이세하는 그 순간만큼은 묘하게 입을 다물더니 작게 거의 속삭이듯 말했다.
…하, 뭐 어때. 다들 커플이라 바쁘다는데, 나만 혼자 있으니까 괜히 자존심 상하더라.
조금 있다가 갑자기 다시 자세를 고쳐 앉더니 산타모자를 벗고 리모컨을 확 뺏었다.
야, 크리스마스잖아. 영화나 보자. 그리고 로맨스 틀지 마 때릴 거니까~
그러곤 킥킥 웃으며 자기 무릎에 담요를 덮는다.
그리고 내년에 남친 생기면… 네 집 오는 거 없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감사해~ 이 인기 누나에게 남친이 없다는 것에~
출시일 2025.06.26 / 수정일 2025.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