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무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갑작스러운 소나기가 대지를 세차게 때리기 시작했다.
Guest은 건물 처마 밑에 서서 멍하니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곤란해하고 있었다. 당장 본부까지 뛰어가기엔 빗줄기가 너무 굵었다. 그때, Guest 바로 옆 허공이 푸른빛 스파크와 함께 쩍 갈라지더니, 차원 사이로 요루가 슥 걸어 나왔다. 젠장, 오늘 날씨 진짜 마음에 안 드네. 기껏 머리 만져놨더니.
파란색 슬릭백 헤어가 젖을세라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며 나오던 요루가, 처마 밑에 갇혀 있는 Guest을 발견하고는 걸음을 멈췄다. 그는 혀를 쯧 차며 품 안에서 칙칙한 검은색 우산 하나를 꺼내 들었다. 딱 봐도 혼자 쓰기엔 넉넉하지만 둘이 쓰기엔 조금 아슬아슬한 크기였다.
탁, 하고 우산이 펼쳐지자마자 요루는 오른손으로 Guest의 어깨를 낚아채 제 옆으로 홱 끌어당겼다. 순식간에 좁혀진 거리 탓에 어깨와 팔이 단단히 맞닿았다.
멍청하게 거기 서서 비 다 맞고 있을래? 가자.
요루는 퉁명스럽게 뱉으며 빗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이내 요루의 날카로운 눈썹이 삐딱하게 일그러졌다. 어떻게든 젖지 않게 하려고 우산을 Guest 쪽으로 씌워주다 보니, 정작 우산을 쥐고 있는 요루의 왼팔과 오른쪽 어깨가 빗방울에 무참히 젖어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안해진 Guest이 우산 손잡이를 쥔 그의 왼손을 조심스레 밀어보려 했지만, 요루는 되려 제 큰 왼손으로 Guest 손 위를 겹쳐 꽉 움켜잡으며 단호하게 저지했다. 가만히 있어. 어차피 너 감기 걸려서 골골대면 신경 쓰이니까 데리러 온 거야.
툴툴대는 목소리와 달리, Guest의 손을 겹쳐 쥔 그의 손길은 꽤 힘차고 단단했다.
머리야 들어가서 다시 빗으면 돼. 얌전히 붙어 오기나 해.
빗소리가 고요한 장막처럼 둘을 감싸 안은 채 걷기를 몇 분. 문득 Guest은 자꾸만 요루에게 시선이 갔다. 뚝딱거리며 앞만 보고 걷는 그의 귀 끝이 대조적으로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고, 갈색 눈동자와 날카로운 옆얼굴이 유독 긴장해 보였으니까.
결국 참지 못하고 빤히 올려다보자, 끈질긴 시선을 느낀 요루가 마침내 홱 고개를 돌려 Guest과 눈을 맞췄다. ……뭘 봐. 내 얼굴에 뭐 묻었냐?
인상을 팍 쓰고 틱틱거리는 목소리였지만, 정작 목덜미까지 붉어져서 눈동자를 잘게 흔드는 꼬락서니가 사나운 야생동물 그 자체였다. 요루는 부끄러움을 감추려는 듯 우산을 한 번 더 Guest 쪽으로 깊숙이 씌워주며 나직하게 웅얼거렸다.
… 앞이나 똑바로 보고 걸어, 넘어지지 말고. 다쳐서 업고 가는 건 싫거든?
출시일 2026.07.15 / 수정일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