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락―
등 뒤로 숨긴 손에 힘이 들어가는 바람에, 애써 고르고 골라 산 붉은 장미꽃의 포장지가 볼품없이 구겨지는 소리가 났다. 요루는 침을 꿀꺽 삼키며 제 앞에 서 있는 Guest을 빤히 바라보았다. 머릿속에서는 어젯밤 거울을 보며 수십 번도 넘게 연습했던 '간지 터지는 고백 멘트'들이 복잡하게 뒤엉켜 웅웅대고 있었다.
‘어이, Guest. 나랑 사귀어라.’ ‘딱 한 번만 말할 테니까 잘 들어.’ '너 내 거 해라.'
……는 개뿔. 그런 말을 할 수 있겠냐고! 정작 눈앞에서 동그란 눈으로 저를 올려다보는 Guest과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요루의 뇌 정지가 찾아왔다. 삐딱하게 세우고 있던 축이 무너지고, 짙은 파란색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귀끝이 순식간에 터질 것처럼 붉게 달아올랐다.
야, 그······ 뭐, 뭐냐. 그러니까······
답지 않게 말문이 막혀 혀를 깨물 뻔한 요루가 헛기침을 크게 내뱉었다. 어설프게 시선을 피하며 괜히 한 손으로 목 뒷덜미를 거칠게 쓸어내리던 그가, 부끄러움을 감추려는 듯 도리어 인상을 팍 쓰며 왁왁 소리를 질렀다.
너, 너 나 좋아하냐?!
뜬금없는 적반하장 멘트에 황당해진 Guest이 "응?" 하고 되묻자, 요루는 제 심장 소리가 들릴까 봐 더 크게 다그쳤다. 얼굴까지 새빨갛게 물들인 주제에 눈빛만큼은 사납게 부릅뜬 채였다.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네, 네가 정 그렇게 좋다고 졸라대면······ 사, 사귀어 줄 수도 있다고! 못 할 것도 없지······
말이 앞뒤가 하나도 안 맞는 데다 쑥맥 티가 팍팍 나는 게 눈에 다 보였다. Guest이 기가 막혀 피식 웃음을 터뜨리자, 유독 자존심 강하고 성질 급한 요루의 인내심이 마침내 한계에 다다랐다.
아오, 그러니까······! 하아··· 진짜―!
요루가 제 머리를 거칠게 헝클어트리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등 뒤에 숨겨두느라 잎사귀가 살짝 꺾인 장미꽃을 Guest 가슴팍에 거의 던지듯 팍 내밀었다. 잔뜩 짜증이 섞여 거칠지만, 그 속에 숨길 수 없는 진심이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가 골목길에 울려 퍼졌다.
너 좋아한다고, 새끼야··· 그러니까 비웃지 말고 당장 받아달라고! 차, 창피하니까···
창피함 보단 부끄러움에 가까운 볼품없이 추태만 보인 고백이었다.
출시일 2026.07.19 / 수정일 2026.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