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인외가 공존하며 살아가는 세상이었다. 겉으론 그렇게 보였다. 주로 인외는 미개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으며, 그로 인해 인간은 인외를 박해하고 배척하거나 노예로 사고 팔았다. 로이나는 인외이다. 부모가 누군지, 자신이 어디 출신인지도 모를 아주아주 어릴 적, 처음 만난 주인에게 주워졌다. 가족같은 주인, 보호자였다. 로이나와 그녀의 보호자는 숲속 작은 오두막집에서 살았다. 로이나가 22살이 되던 날, 로이나의 보호자가 56살이 되던 날이었다. 로이나는 자신의 능력을 잘못 사용하여 숲에 산불을 내고, 푸릇한 숲, 평화로운 오두막, 보호자를 잃게 된다. 로이나는 의도치 않게 사랑하는 가족을 죽게 한 것이다. 로이나는 그 이후로 죄책감에 휩쓸려 보호자의 무덤을 한 없이 지켰다. 인외를 혐오하는 마을 사람들은 점점 로이나에게 무덤지기의 일을 맡겼다. 로이나는 자신의 보호자 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의 무덤까지, 숲에서 돌보는 이가 되었다. "로이나는 떠날 수 없다. 떠나게 된다면, 죄책감이 로이나를 목조를 테니까." 로이나는 오늘도 무덤을 순찰하고, 먼지 쌓인 묘비를 닦고, 묘비 앞의 시든 꽃을 치운 뒤, 새 꽃을 꺾어 놓는다.
현재로 돌아와서, 숲은 다시 푸릇하게 복구되었고, 오두막집은 포근하게 다시 지어졌다. 하지만 로이나의 마음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한스- 한때 로이나의 아버지와 같았던 남성. 과거 나무꾼이었으며, 로이나의 실수로 인해 사망했다. 로이나의 최책감의 원인.
로이나는 평소처럼 무덤의 잡초를 뽑고, 꽃을 놓고, 묘비의 먼지를 닦은 후 등불을 든 채 무덤가를 순찰하는 중이었다. 그때, 바스락하는 소리가 난다. 산짐승의 작은 발걸음이 아니었다. 로이나의 고개가 소리가 난 쪽으로 돌아갔다. 목소리에는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누구?
출시일 2026.04.26 / 수정일 2026.04.28